고 박원순 서울 시장을 조문하고 영결하는 것을 보면서 갖는 소회

▲ 7월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서울시청을 나서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위패와 영정

박원순 시장을 조문하기 위하여 12일 오후 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 조문 온 시민들의 줄이 시청 광장을 지나 시청 청사 후문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중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구불구불 늘어선 줄을 따라 30여 분만에 분향소에 도착하여 30여 명의 조문객들과 함께 일동 묵념으로 조문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시청을 찾았더니 영결식장 장소가 좁다고 일반 시민들은 들어갈 수 없게 통제를 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시청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선 시민들과 함께 줄을 서서 영결식이 끝나고 나올 박시장의 영정이라도 보기 위하여 틈새에 끼어들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장맛비에도 아랑곳 않고 한 시간 이상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 7월 13일 아침 서울시청에서 있었던 영결식에는 장소가 협소하여 들어가지 못한 많은 시민들이 장맛비를 맞으며 시청 현관 앞에 도열해 있다가 오열하고 있다.


8시 반에 시작되었다는 영결식은 한 시간을 넘기고 9시 40분경에 위패와 영정이 서울시민청 현관을 나섰다. 순간 도열해 있는 시민들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시장님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요? 가지 마세요?”
“시장님, 부디 잘 가세요”
통곡 소리와 함께 울음바다가 된다.

이 나이에 웬만해서는 누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나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위패와 영정이 도열해 있는 시민들 사이를 빠져나가는데, 시청 옛날 건물 앞에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늙수그레한 아주머니가 대성통곡을 한다.
“누가 우리 시장님을 고소했어. 아이고 못 살아!”
장맛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운구차는 시청 밖에 있는지 보이질 않았다.
거기까지 보고 마음으로 박 시장을 배웅하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박원순과 같은 융합적 통찰력의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
 
요 며칠 박 시장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는
‘노 대통령, 참 안 되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힘들게 싸워왔는데......’
노회찬 의원이 사망 소식을 듣고는 눈물이 났다.
‘이 척박한 노동 현실을 바꾸고, 사회 정의를 위하여 온 몸으로 맞서 왔는데.....’
이번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은 충격을 넘어 절망이었다. 그래서 장례 기간 내내 박 시장 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적은 비록 민주당이지만 실제는 녹색당 당수라고 해야 하지 않았나?’
‘민주, 인권, 노동,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돌봄과 배려를 넘어 생명, 생태에 이르기까지 박원순 만큼 진보적인 정책을 펼쳤던 국가지도자, 지자체장들이 지금까지 누가 있었나?’

토건, 토목의 서울을 생활 밀착형의 정책으로 바꾸면서 그가 집권하자마자 시동을 걸었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기 위하여 태양광 발전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환경,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시정에 참여시켜 그야말로 시민들의 뜻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하여 박 시장만큼 노력했던 서울시장이 있었나? 세월호도 그렇고 촛불 혁명도 박원순 시장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이끌어 올 수 있었을까?
 
박 시장이 시민들 곁을 떠나기 바로 전날 서울시민청에서 ‘서울판 그린 뉴딜’ 기자 설명회에 참석하여 박 시장을 본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서울판 그린 뉴딜’ 정책을 보면서,
‘야, 거대도시 서울이 제2의 꾸리찌바로 다시 거듭나겠구나, 꿈만 같다.’

 그 날 내내 행복감에 들떠있었다.
그런 기대와 희망이 다음날 박 시장의 사망 소식으로 바뀌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만의 감상은 아니지 않을까? 많은 시민, 환경 단체 활동가들의 바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상실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카톡, 페북 등 여러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나보다 더한 상실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박 시장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였다. 그 비어있는 자리에 하늘도 장맛비를 퍼부으며 원통해하고 있었다.
 
나는 요 며칠 과거 전교조를 같이 했던 전직교사들과 박 시장 빈소 조문도 가고, 만나서 서로의 생각들을 듣고, 전화도 돌리면서 비어있는 박 시장의 자리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다들 하나같았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
“박 시장이 가고 없는 저 자리를 누가 이어받을까? 민주당 내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박 시장의 생태친화적인 정책을 계승할만한  인물이 잘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정의당, 녹색당 등도 존재감도 없으니 그렇고, 더더구나 개발주의의 미래통합당이 만약에 서울 권력을 장악이라도 하는 날에는 9년 박원순 서울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지 않겠나?”
그래서 박 시장 생각을 하면 더 눈물이 나오는지 모른다.
 

▲ 서울 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시장 분향소에 조문하기 위하여 줄을 늘어선 조문객들


박원순은 죽음으로써 모든 책임을 지려 했겠지만
 
인간이 도덕적으로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인간이다. 그렇게 자기 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알고 있는 박 시장이 어째서 소위 ‘미투’의 대상이 되었을까? 주변 사람들이라도 왜 박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까? 워낙 철저한 분이라 차마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렜을까? 안희정, 오거돈 사건도 있었는데 말이다. 박 시장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면 더욱 박시장의 처신이 믿기지가 않는다.

고소인도 박 시장의 명복을 빈다고 하였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고소인도 박 시장이 죽음에 이르리라고는 생각하진 못하지 않았을까? 피고소인이 이미 망자가 되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또 얼마나 험악한 일들이 벌어질까? 누구보다도 힘든 사람은 고소인이다. 제2, 3차 가해 이야기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 이 사건을 둘러싸고 당분간은 사회적 갈등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계속 꼬리를 물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는 제발 이런 일들이 이어지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들을 잘 마련했으면 좋겠다. 모두들 서로 자중자애 했으면 좋겠다.
 
페이스 북 등에 올라오는 글 중에 어느 신부님이 쓰신 글이 계속 아른거린다.
“영혼이 맑은 눈을 가진 박 시장이 앞으로 벌어질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은 그 길로 갔네요. 참으로 안타깝다.”

▲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되어 있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발영체크를 끝낸 다음에 30여 명씩 집단으로 묵념을 하고 있다.


박원순과의 인연들
 
나는 탈핵 운동을 하면서 박 시장을 몇 번 만날 수 있었다. 고리 1호기에서 출발하여 광화문까지 근 500km를 한 달간 걸어 올라오면서 ‘탈핵’을 외칠 때, 그 숱한 지역을 돌면서도 도지사, 시장, 군수 등 별로 만날 수 없었지만 서울에 입성하자 박 시장은 우리 탈핵 도보순례단을 반갑게 맞아 격려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촛불 혁명 이후 치러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광화문 광장에 문화예술인들 천막 농성하는 틈에 끼어 ‘대선 후보, 탈핵 공약하라’는 천막 농성을 하면서 탈핵교수모임 교수들과 ‘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 소속 교사 등이 기자회견을 마쳤는데, 우리 탈핵 교수, 교사, 활동가들 20여 명을 시장공관으로 초청하여 다과를 베풀었다.

다과를 나누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는 즉석에서 전화로 해당 부시장 등 서울시 관계자들에 정책 검토를 지시하는 것을 보면서 박 시장의 정책 순발력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일화는 비록 나만의 경험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한테서 이런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시민 친화적인 리더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도시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국제적인 상을 수상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 조문객들을 맞고 있는 상주들


10여 전에 핀란드와 스웨덴으로 여러 교육운동가와 시민운동가들과 함께 교육 탐방을 가서, 박 시장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기록하더니 한국에 돌아와서 1주일 만에 ‘핀란드 교육’이라는 책을 내더라면서 동행했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부지런함과 순발력, 창발력은 그가 지금까지 60권 정도의 책을 냈다고 하니 얼마나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았던 준비된 시장이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제주 제2공항 반대를 하며 광화문에 농성장을 마련하고 단식농성을 하는 박찬식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을 찾아 위로하던 박시장의 모습도 눈에 아른거린다. 에너지 절약을 위하여 반바지 출근 등을 권장하면서 박 시장이 직접 반바지를 입고 패션쇼에 등장하던 모습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런 시민 밀착형 시장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페이스 북 친구 중에는 “박 시장과 같은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으로서 보여준 그런 인물은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박 시장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인재를 잃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사회 지도층에 있는 인사들일수록 더욱 도덕적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경계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주고 있다.

 

▲ 필자도 조문을 마치고 마련되어 있는 조의록에 조의글을 남겼다.


‘서울판 그린 뉴딜’ 정책은 누수 없이 추진되어야

비록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과오를 죽음으로써 모든 책임을 지려고 했지만 그가 추진했던 훌륭한 정책들은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7월 8일 발표한 ‘서울형 그린 뉴딜’ 정책이 누수 없이 추진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서울시 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도 조희연 교육감이 박 시장과의 정책 조율 속에서 탄생한 정책이다. 이런 미래 지향적 정책들이 박 시장이은 비록 가고 없더라도 힘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장례 기간 내내 ‘박 시장의 철학’을 계승하여 누수 없이 서울 지정을 잘 이끌겠다고 한다. 권한대행으로서 얼마나 힘을 갖고 추진해 갈 수 있을지 적정이지만......

서울 25개 구청장들 모임인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도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시장 재임 9년은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역사를 바꾼 기간이다. 시민을 주체로 역할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시장이 그동안 추진해온 ‘원전하나줄이기’와 ‘서울판 그린 뉴딜’ 정책 등은 서울을 구제적 리더십을 갖춘 도시로 만들었다. 우리가 비록 새로운 혁신의 길을 개척하지는 못할지언정 그가 개척한 길에서 벗어나지는 않아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울시 의회 박인호 의장도 시장 권한대행 체제 속에서 집행 중인 주요 사업들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 기사를 보니 문대통령도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여 첨단·친환경 10대 사업을 발표하여 일자리 창출과 저탄소 경제로 나가겠다는 ‘국가 대전환 선언’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박 시장이 자리에 있어 ‘서울판 그린 뉴딜’을 선도적으로 힘 있게 이끌어야 ‘한국판 뉴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그의 부재가 아쉬운 것이다.

 

▲ 7월 12일 비가 오는 장맛비 속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우산을 받쳐들고 길게 늘어서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박 시장은 정부 여당 쪽에서 서울 그린벨트 일부를 풀고, 건물 고도 제한을 풀자는 것을 반대해 왔다고 한다. 힘없는 시장 권한대행이 막아낼 수 있을까? 박 시장이 꿈꿨고, 1천만 서울시민의 꿈인 코로나, 미세먼지 없는 녹색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하여 ‘서울판 그린 뉴딜’ 정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서울시 의회와 구청장들도 뒷받침하겠다니 기대해 보겠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서울판 그린 뉴딜’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살만한 도시로서 서울이 국제적으로 선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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