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산, 오늘 하루 또 다 갔구려! 간다는 것, 무엇을 의미하오. 요즘 두 사람의 죽음(감, 逝)보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죽어야 하나?'에 대해 자주 묵상 하곤 하오.

범산, 어제 누군가가 "松茂柏悅, 芝焚蕙嘆"이란 글 보냈더이다.

이 글귀는 중국 楚나라 때 陸機(261-301)의 <歎逝賦>(감을 탄식하는 노래)에 나오는 시구요. 그는 "옛날에 나이든 사람들이 소싯적에 친했던 친구들을 하나하나 손꼽으며 '아무개는 벌써 죽어 없고, 살아있는 친구는 얼마 안 되는구나!' " 탄식하면서 이 시를  읊었소.

▲ 육기 초상

그는 시 첫 머리에서 "저 하늘과 땅이 움직여 흘러 어지러이 오르내리면서 서로 엄습하고, 세월은 하염없이 치달리고, 계절은 놀랍도록 빨리 돌아오네.

오호라, 인생의 짧음이여! 누가 능히 오래 살 수 있나? 시간은 돌연히 다시 오지 않고 노년은 점차 다가와 저물려 하네. (伊天地之運流, 紛升降而相襲, 日望空以駿驅, 節循虛而警立, 嗟人生之短期, 孰長年之能執, 時飄忽其不再, 老완晩其將急) 했소.

범산, '松茂柏悅'은 이 시 중간에 나오는데, 거기엔 "信松茂柏悅, 嗟芝焚而蕙嘆"이라 했소. 즉 "진실로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지초가 불에 타면 혜초(난초)가 탄식한다"는 말로 친구가 잘 됐을 땐 함께 기뻐하고, 친구가 안됐을 땐 함께 슬퍼한다는 말이오.

범산, '松柏後凋', '芝蘭之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나무와 잣나무, 지초와 난초는 서로 뗄 수 없는 가까운 사이요.

범산, 그렇소. 기쁨은 함께 할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적어지오. 그런 친구가 참 친구가 아니겠소.

범산, 함석헌 선생은 그의 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에서

"만 리 길 나서는 길 / 처자를 내 맡기며 / 맘 놓고 갈 사람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를 서로 양보하며 /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하였소.

범산,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소.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도 다 갔구려.

어떻게 살 것인가? 그저 범사(凡事)에 감사할 뿐이오. 

이만 줄이겠소. 안녕!♥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