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인생이건 사랑 없는 인생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삶은 사랑의 연속이다.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먹지 않고 자란 사람은 없다. 천덕꾸러기로 자랐어도 그를 낳고 키운 엄마의 사랑이 있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랑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이다.

사랑에는 남녀 간의 사랑만 있는 건 아니다. 가족끼리의 사랑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도 사랑이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사랑이다. 휠씬 더 큰 사랑이다. 이런 사랑을 꿈꾼다는 건 서로에게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에는 좋은 의미의 사랑만 있는 게 아니다. 돈과 명예를 사랑하는 마음도 왜곡된 형태지만, 사랑은 사랑이다. 어떤 장관후보자는 땅을 사랑한다고 하여 세간의 비웃음을 산 적도 있다. 술이나 도박을 사랑한다면 그것도 사랑이라고 봐야 할까?

최근에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도 사랑할 줄 안다며 자아 사랑을 강조하는 책들도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도 좋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 자신의 아픔까지도 사랑하라!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까지도 사랑하라!

▲ 나비 사랑 기호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는 건 좋지만 자신의 모든 감정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쓰인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자신의 감정만을 소중히 여기다 보면 타인의 감정을 경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사람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숨길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주위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앉을수록 그런 현상은 자주 일어난다. 부부관계나 가족 간에도 무심코 하는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상처. 신체적인 상처도 중요하고 마음의 상처도 중요하다. 상처받은 자는 참고 참다가 어느 순간 이별을 꿈꾸고 더 나아가 자살을 꿈꿀지도 모른다. 아니면 상처를 준 사람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를 꿈꿀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명망있고 학식이 있다고 하여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인간 관계 속에서 사람은 자칫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심하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살을 꿈꾸거나 복수를 꿈꿀 가능성이 높다. 요즘처럼 자존감이 강한 감성의 시대를 산다는 건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여차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투'의 경우처럼 성적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은 오래도록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상당 기간 경과한 후에 사회적 고발이나 고소로 이어진다. 이럴 경우 상황이 역전된다.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은 가해자의 사회적 수치심으로 전이되고, 사회적 수치심과 명예손상을 예감한 가해자는 문득 자살을 꿈꾸게 될지도 모른다. 

▲ 저항과 방어의 심리학

소설 『심판』과 『성(城)』의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는 이렇게 말했다.

- 인식이 시작되는 첫 표지는 죽고 싶다는 소망이다. 현재의 삶은 견딜 수 없게 보이고 또 다른 삶은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

코로나가 지배하는 현재 지구인의 삶은 과연 언제까지 견딜 수 있는 삶일까?

부동산 투기와 대책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고, 사회혁신가로 실천적인 모범을 보이며 10여 년간 서울시정을 책임져왔던 박원순 시장의 자살로 갑론을박 시끄러운 모습을 봐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과연 견딜 수 있는 삶일까?

견디고 견디다 보면, 우리는 보다 나은 사회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지금보다 한결 살기 좋은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려면, 우리는 오늘 무엇을 꿈꾸며 살아가야 할까?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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