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파리의 제레미

79대 한강왕을 만나기 한 달 전, 모연중은 파리의 미라보 다리에서 연인 클레어와 같이 있었다.

저녁 무렵 미라보 다리는 파리의 연인들로 북적이며 다리 아래 흐르는 세느강을 배경으로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곳이다.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와 여류화가 마리 로랑생이 사랑을 나눈 곳으로도 유명하다. 

제레미, 한국명 모연중이 클레어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놀리는 말투로 말했다.

"클레어! 인터폴 업무가 체질에 맞는 거야? 얼굴은 곱상해가지고 말이야."

아담하고 귀여운 얼굴의 클레어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제레미를 쳐다보며 웃는다.

"이래 봬도 내가 형사경력 10년차 베테랑이네요. 그러는 제레미는 보안업무가 체질에 맞는가보지?"

인터폴 파리 지국에 근무하는 여형사 클레어는 한국계 영국국적의 제레미와 사귄지 두 달 정도 되었다. 제레미는 우람한 서구적 몸매를 지니고 있었고 다른 유럽인들과는 달리 검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어서 이국적이었다.

▲ 파리의 미라보 다리

클레어는 인터폴 파리지국의 보안용역업체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제레미를 처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제레미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면서 사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제레미의 검은 눈동자에서 풍기는 그윽한 눈길이 클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클레어의 금발 머릿결을 쓰다듬던 제레미가 느닷없이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유럽에 있는 글로벌제왕협회에 대해 들은 적 있어?"

"그게 뭔데? 영국이나 스페인처럼 국왕제를 유지하는 나라들 모임이야?"

"그건 아냐."

"그게 아니면, 무슨 비밀결사조직같은 거야? 프리메이슨처럼~." 

"비밀 조직인 건 맞는데, 그 실체는 잘 몰라."

제레미가 클레어에게 실망한 어투로 대답했다.

"그럼 왜 제왕협회에 대해 물어보는 건데? 자기가 무슨 왕족 출신이라도 돼?"

"어떻게 알았지?"

▲ 고대 왕관

제레미가 깜짝 놀란 듯이 정색을 하며 물었다.

"자기, 왕족이었던 거야? 앞으로 잘 모셔야겠는걸~!"

클레어가 놀려대자 제레미가 조금 우쭐해진 듯 말했다.

"세상이 모르는 비밀 하나 알려줄까? 사실 나는 한국 고대 왕족의 후손이야."

"고대 왕족? 그래? 그거 멋진데. 고대 어느 왕국이었는데?"  

클레어가 호기심을 갖고 묻자 제레미는 자랑삼아 말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말야. 고대 동북아시아에 발해라는 왕국이 있었는데 그 왕국을 세운 대조영의 후손이야. 발해 왕국이 멸망한 이후 성을 모씨로 바꿨지. "

클레어가 놀란 눈빛으로 제레미를 다시 쳐다봤다.

"지금 한 그 거짓말, 진짜야? "

"글세, 믿거나 말거나! 후훗 !"                     <계속>

 

* (주)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심창식 통신원과 안지애 통신원의 릴레이 글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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