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그나 헐어지나

▲ 신발 : 영그나 헐어지나

지하철을 타면 노약자석으로 간다.

자리가 없어 서있어야 해도 간다.

일반석에 빈자리가 있어도 거긴 가 앉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건너편 의자에 앉은 이의 신발만 바라보게 된다.

 

노신사와 귀부인이 짝지어 앉을 때의 신발은 귀티가 난다.

부인네들끼리 재잘댈 때의 신발은 우리 엄마의 신발이다.

낡은 군복에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베레모 쓴 군인의 신발은 거칠고 무섭다.

 

오늘 이 아저씨의 신발은 느낌이 다르다.

헐은 등산화가 그의 얼굴을 닮았다.

스마트 폰을 두들기며 집중하는 모습이 내 모습이다.

 

영그는 것일까? 헐어져가는 과정일까?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최성수 주주통신원  choiss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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