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그나 헐어지나
난
지하철을 타면 노약자석으로 간다.
자리가 없어 서있어야 해도 간다.
일반석에 빈자리가 있어도 거긴 가 앉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건너편 의자에 앉은 이의 신발만 바라보게 된다.
노신사와 귀부인이 짝지어 앉을 때의 신발은 귀티가 난다.
부인네들끼리 재잘댈 때의 신발은 우리 엄마의 신발이다.
낡은 군복에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베레모 쓴 군인의 신발은 거칠고 무섭다.
오늘 이 아저씨의 신발은 느낌이 다르다.
헐은 등산화가 그의 얼굴을 닮았다.
스마트 폰을 두들기며 집중하는 모습이 내 모습이다.
영그는 것일까? 헐어져가는 과정일까?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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