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7월 17일,  제헌절 날이다. 어제가 초복(初伏), 며칠 전 우영(又英)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한송, 복날 다음날 자네 집 간산루에서 세홀회 삼겹살 파티하세!"  난 "그러세!"했다.

그래서 오늘 우리 집 여안당(與雁堂)에서 '세홀회' 삼겹살 파티가 열렸다.

'세홀회'는 '세 홀애비'란 말로 한자로 '三鰥會'(삼환회)를 말한다. 한데, 범산이 이 '鰥' 한자가 어려우니 우리말 '홀아비'로 부르자 해서 이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우영(又英, 조동원, 전 성균관대학 부총장, 박물관장, 고려사, 금석학전공)은 10여 년 전에 혼자되었고, 범산(凡山, 이경회, 현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이사장, 전 연세대학 공과대학 학장, 환경건축학 전공)은 작년에 혼자 됐다. 나 한송(漢松, 정우열,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학장, 한의학회 이사장, 한의학 전공)은 2년 전에 혼자되었다.

세홀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 점심을 하며 서로 생활 정보를 교환하고 격려, 위로한다. 오늘 범산은 산삼주(山蔘酒)를 들고 왔고, 우영은 천도복숭아를 가지고 왔다. 우영이 삼겹살을 굽고 내가 밥을 지었다. 고기가 구워지자 범산이 술을 따라 권했다.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니 얼근하게 취기가 올랐다. 나는 지필묵(紙筆墨)을 꺼내 이백의 시 <홀로 마시다>(獨酌)를 일필휘지(一筆揮之)해 써서 행복목(고무나무) 가지에 걸었다.

내가 길게 목청을 뽑아 시를 읊은 뒤 우리는  잔을 높이 들어 "건강을 위하여!"하고 소리쳤다. 잔이 몇 순배 돌자 나는 오늘의 이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三鰥擧盃與雁堂
七月十七制憲節
三鰥會集與雁堂
凡山携酒山蔘來
又英持參天桃訪
漢松歡迎出門前
三翁握手不勝朗
主人携友再入室
和氣靄靄滿笑場
髱翁一筆獨酌揮
二老好好拍掌頌

掛垂一枝幸福木
擧盃合唱高健康
誰可何必求神仙
旣飮己食仙道靈

세 홀애비 여안당에서 잔을 들다
초복 다음날, 7월 17일 제헌절날,
세 홀애비 김포 여안당(與雁堂, 한송의 당호)에 모였네.
범산(凡山)은 산삼주(山蔘酒) 들고,
우영(又英)은 천도복숭아 가지고 찾았네.
한송(漢松)이 문 앞에 나가 기쁘게 맞이하니,
세 늙은이 서로 손잡고 기뻐서 어찌할 줄 모르네.
주인이 친구 끌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니,
화기애애한 웃음소리 마당에 가득하다.
수염 많은 늙은이가 이백(李白)의 시 <홀로 마시다>(獨酌)를 일필휘지(一筆揮之)하니
옆에서 지켜보던 두 늙은이 "좋아!", "좋아!"하며 칭찬하네.
행복목인 고무나무 가지에 걸어 놓고,
잔 높이 들어 "건강을 위하여!"하고 합창하네.
누가 가히 신선(神仙)이 되고자 하는가?
이미 신선이 먹고 마신다는 산삼주, 천도복숭아 다 먹고 마셨는데......

모처럼 즐거운 하루였다. 동병상련(同病相憐)!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알고, 홀애비 사정은 홀애비가 안다고 했던가?!

세홀회의 건승을 빌며...

경자  7월 대서(大暑),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포옹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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