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국 끓일 미역을 미리 물에 담가놓았다.

요즘 미역은 굳이 하루라는 시간을 앞서서 불리지 않아도 한 시간 정도만 물에 담가 두어도 충분하다. 더 급하면 따뜻한 물에 담가도 되지만 내가 잊지 않으려는 방편으로 미리 준비한 것이다. 가공이 잘되어 깨끗하고 손 갈 일 없이 편리한 미역을 보며 소싯적 미역을 소환한다.

내가 어렸던 시절, 미역은 억세고 돌도 많았다. 씻고 문지르고 씻고 씻어내며 잔모래 고르는데도 하 세월이었다. 아마도 그 시절엔 양식이 안 되어 자연채취에 건조방법이 원시적이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요즘 식품 가공기술의 발달은 공산품뿐만 아니라 1차 산업인 농산물에도 획기적인 기술이 도입되어 쌀에 돌 고르는 기계가 생기며 조리가 없어지더니 미역 공정도 한층 향상되어 미역도 부드럽고 돌도 없어 이젠 불려서 대충대충 씻어도 된다.

생일날 잡곡 섞지 않은 이밥에 미역국이 생일 특식이던 세대와 미역국을 반기지 않는 세대가 공존하는 21세기, 그래도 내일은 미역국이다.

미역국 그 뒤의 이야기

당일은 회식, 다음은 비로 인한 호우주의보로 12시 퇴근 등으로 22일 수요일에 끓인 미역국이 주인을 잃고 나그네 국으로 헤매다가 25일 토요일 오찬에 주인을 찾아서 노릇을 했다는 뒷 담화~~~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신성자 시민통신원  sls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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