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 나처럼 덜떨어진 사람
▲ 적막을 즐기는 여인

 

2020.07.23
이번 장마기간 중 빗줄기가 가장 세찬 날 늦은 오후

어린 시절 시골 초등학교 하교 길에
소낙비에  흠뻑 젖어 달리던 기억이 가슴을  두드린다.

부랴부랴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청승맞다고 야단칠 줄 알았던 마님도 따라 나섰다.

두물머리 주차장에 들어서니
‘선불입니다‘ 라며 차를 제지하던 경비원이 없다.
개울처럼 넘쳐흐르도록 비가 많이 내려서일까?
시계를 보니 6시가 훌쩍 넘었다.
경비원은 퇴근한 것이리라.

경내는 아주 한산하다.
적막이 흐른다.
나처럼 덜떨어진 사람이 있어 허전하진 않다.

빗줄기가 더욱 세차게 내리친다.
덜떨어진 사람들도 발길 돌리기를 재촉한다.

우산 없이 소낙비를 맞으며 거닐고 싶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나도 서둘러 자동차에 올랐다.

 

▲ 소낙비 속의 두물머리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최성수 주주통신원  choiss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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