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3)

오라는 네가 지고 도적질은 내가 하마 박춘근 객원편집위원l승인2020.08.01l수정2020.08.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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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고양시 애니골 윗골 입구에서

 

오라는 네가 지고 도적질은 내가 하마

 

밧줄과 쇠줄로 친친 동여매인 아이가
백주에 숨통까지 옥죄인 채 길거리에서 울고 있다.
오가는 이 많아도 눈맞춤 하는 이 없고
플래카드 걸어놓고 호객하던 고깃집 사장도 간데없고
마땅히 관리하고 보살펴 줄 세리들까지 보이지 않는다.
대체 저 아이의 죄명이 무엇일까?

봄 오면 꽃 피워 노리개 되고
꽃 지면 잎 틔워 그늘막 되고
영혼으로 빚은 열매 남김없이 나눠 주고
알몸뚱이로 황량한 거리에서 찬바람과 맞선 너를,

태어나서 입때까지
사람들이 묻어 놓은 그 자리 고수하며

물 한 모금 달라고 보챈 적 없이
주어진 여건에 순응하며 살아왔거늘
남은 것은 오랏줄과 족쇄뿐!

그리워하지 마라,
꽃이파리 흩날리며
온몸으로 사랑하던 지난 봄날을.
미워하지 마라,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자들을.
한하지 마라,
두려워도 입 봉한 채
오들거릴 수조차 없이 너부죽이 늘어진 너를.
얼척없는 짓이다,
인간노리개 삯까지 나눠 준
예전의 부잣집 마나님을 기대한 니가.

꿰면 꿰이고
묶으면 묶이고
자르면 잘리고
베면 베이고
뽑으면 뽑히는

그래서
숨이 막혀도 소리지를 수 없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마냥 서 있어야만 하는

그래도
누구 한 사람 거들떠보지 않는
그것이 너의 운명.

니가 죽어 나자빠진들
애니골 고깃집 불판은 벌겋게 타오르고
지지고 볶는 소리
잔 기울이는 소리
침 발라 가며 돈 세는 소리
풍산역 기차 지나가는 소리….

(계속)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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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김정숙 2020-08-08 22:48:51

    무심코 지나치던 나무를 다시한번 되돌아보면서 나무에 대한 사랑을 새삼 느낍니다. 가을 바닥에 떨어진 은행알들이 무수한 사람들에게 짓밟힐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작은 마음조차 주지 못하고 살던 삶에서 나무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글입니다.신고 | 삭제

    • 최호진 2020-08-02 09:39:05

      정말 격하게 동감 합니다 길옆 휀스에도 다 그렇게 필요할때는 쓰고 쓰고나면 버리고 이런세상 참 싫어요 좋은기사 감사해요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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