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배 형태를 크게 나누어 본다면 평저선과 첨저선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 시대에 어떠한 형태로 선형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을 뿐이다.

평저선은 간만의 차가 심하고 수심이 얕은 연안이나 강에서 사용하기에는 용이한 배이지만 큰 바다를 항해하거나 역풍(逆風)일 때는 항해를 할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첨저선에 비하여 회전반경이 좀 작아서 선회를 하는데 첨저선보다 회전반경이 더 작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물과 고물이 치켜 올려져 있어야만 회전 반경을 더 줄일 수가 있다.

반면에 첨저선은 회전반경은 크지만 역풍항해를 할 때 최대 60도까지 접근하면서 항해를 할 수 있고, 능파성(凌波性)이 좋아 큰 바다를 항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선형이다. 항법에서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목포의 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신안 해저 유물선은 14세기 때의 배라고 하는데, 현재의 배들과 선형이 거의 같다. 이 배에는 아주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이물의 끝부분이 배의 밑 수평면 보다 아래로 처져있는 점이다. 이러한 것은 역풍항해를 할 때 밀림을 막기 위함이고 능파성(凌波性)을 좋게 하기 위하여 배를 만들 때 그렇게 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중국의 배만 그러한 선형을 가진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배들도 어선이나 상선처럼 큰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은 이러한 공법을 썼고, 60년대까지 이어져 왔다. 이러한 선형의 배들은 주로 삼천포 지방에서 만들어진 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첨저선으로 역풍항해를 했던 것을 알 수가 있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838)> 기록을 보면 배가 모래톱에 걸려 파도가 동쪽에서 오면 배는 서쪽으로 기울고, 파도가 서쪽에서 오면 배는 동쪽으로 기울었다는 기록이 있다. 김문경(2001), 입당구법순례행기, 승화 5년(838) 6월 28일 24쪽.
 
이 배가 평저선이였다면 좌우로 흔들릴 수가 없다. 그런데도 평저선이였기 때문에 배가 좌우로 흔들렸다고 이상한 이론을 펴는 사람도 있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얼버무린 사람도 있다.

또한 개성 4년(839) 5월 29일의 기록에는 “신라선 한척이 흰 돛을 달고 입구로부터 건너오더니 오래지 않아 돛을 돌려서 들어왔다”(新羅船一隻懸白帆, 從海口渡去, 不久之頃 廻帆入來).” 小野勝年 平成元年4月30日 󰡔入唐求法巡禮行記󰡕 第二卷, 三六쪽.
고 기록하고 있다

이 배는(신라선) 첨저형의 배였으며 역풍항해를 하여서 항구로 들어왔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즉 돛을 돌려서란 역풍항해 시에만 행해지는 돛의 조작법이기 때문이다. <그림 2>에서 보이듯이 9세기에 세계의 바다를 누비고 다녔던 장보고의 선단은 첨저형의 배로 대해를 항해하였다.

이 배를 복원하여 완도의 장보고기념관,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중국 석도장보고전기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 셋 모두가 저자가 만든 배들이다. 선형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 <그림 2> 복원된 장보고선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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