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K 주최 평화통일에 관한 춤극 (필명 김자현)

<김자현의 詩 사랑방>

행당동 115번지 (AOK주최 평화통일 프로젝트, 춤극에 부쳐서)

 

오늘도 하루가 저물지만 더 환하게

내 가슴에 피어나는 아이야

삼천마디 어미의 뼈를 틀고 나온 아들아

70년 시대의 모퉁이를 걷고 또 걸어도 나는

행당동 115번지의 앉은뱅이

한반도 어미가 초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는데

너 어디쯤 오고 있느냐

내 가슴을 쪼개고 전장터로 나간 아들아

땅따먹기하듯

작대기 하나로 타동네 아이들이 동강 낸 한반도 허리를

봉합하러 떠난 아들아

차마 내 너를 보내지 못하고 내 눈을

잔등에 뽑아 달고 동구 밖으로 너 사라져간 그 날이 바로 어제 같아라

부엉이 우는 밤도 지나 소쩍새 우는 봄은 몇이나

뒷산으로 기울어졌던가

어느 골짜기 망막에 비친 너의 마지막 하늘을

지금 내가 바라보는 건 아니기를

어둠 속에서 달빛 아래서 솟아나는 둘도 없는 사랑아!

너와 나의 운명이 어긋날까 봐

 

 

 

 

 

 

 

 

 

 

 

행당동 115번지, 70년 묻힌 우리 세월에 버드나무 씨 떨어지고

발목을 뚫고 버드나무가 자라 드리워진 그늘 밑

미군 찦은 여전히

파킹을 하고 사드를 이식하는 오늘

4.19도 5.18도 6.10 항쟁, 천안함, 연평도

수많은 아들들이 죽었다만 내 아들 한목숨 같으랴!

역사의 지붕을 타고 한 시대가 가고 오건만

늘 열어놓은 행당동 115번지 삐이꺽, 어설픈 대문

어미의 빗장뼈를 밟으며

골목에서 딱지치기하던 재깔거림

태양을 향해 뜀박질하던 천국의 방울소리 지금도 내 귀에 쟁쟁한데

어디쯤 오고 있느냐 내 아들아, 한반도야!

 

-작은 해설-

넘실대는 한반도 슬픈 역사에 드리워진 우리 민족의 그늘을 춤극으로 승화시킨 행당동 115번지. 전쟁에 바쳐진 아들을 기다리는 어미는 행당동 115번지에 발을 묻은 개인의 역사가 아니라 한반도의 상징적 디아스포라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풀어야 할 역사적 난제! 동강난 허리를 부여 안고 절뚝이면서라도 우리의 맡아들 한반도, 온전히 우리에게 안겨질 그 날은?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승원 주주통신원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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