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고향집 마당에는 여러 가지 풀들이 돋아났었다.

비가 내린 후에는 마당 가장자리부터 작고 푸른 병사들이 떼 지어 몰려오듯 그렇게 새로운 풀이 나오곤 했다. 쇠비름이며 바랭이, 그리고 좁쌀풀과 이름 모를 여러 가지 풀들이 며칠 사이에 시퍼렇게 올라온다. 신기한 일이다. 곡식이나 꽃모종은 김을 매 주고 정성을 기울여도 잘 크지 못하고 곧잘 시들기도 하고, 벌레 먹어 죽기도 하는데 마당가의 잡초들은 천대를 받아도 무성하기만 하다. 원래 그런 것인가? 소중하게 여기며 애지중지 하는 것은 연약하고 소멸되기 쉬우며, 버려진 것들은 억세게 살아나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가?

마당에 풀이 무성해질 만하면 아버지는 호미를 들고 그 풀들을 모두 뽑아서 말끔하게 하셨다. 그렇지만 내가 마당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들여다보면, 여전히 남아 있는 풀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빗물이 떨어지는 섬돌 옆에는 커다란 괭이밥풀 같은 것도 자라고 있었다.

내 마음은 가끔 비 내린 후의 고향집 마당과도 같다. 잊어버리자, 잊어버리자 하여도 자꾸만 돋아나는 푸른 풀과도 같이 아픈 기억과 애잔한 그리움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세월이 가고 이제는 내 마음의 뜨락에도 잡초 같은 여러 가지 기억들은 모두 스러지고 뽑혀진 줄로 알았거늘 내 마음 어느 자락에 숨어서 괭이밥풀 같은 그리움이 자라고 있었단 말인가! 비 내린 후의 고향집 마당 같은 마음이여, 햇빛 비취는 저 언덕으로 가자...

▲ 우리 집 앞마당

편집 : 객원편집 위원 김혜성(cherljuk13@nate.com)

이기운 주주통신원  elimhi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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