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을 지켜낸 한 사나이의 흔적
파릇한 벼 위로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은 휘청거리는 벼들을 보듬어 물결을 만들어낸다.
물결이 이어진다. 그래, 한때 여기는 바다였다.
작은 배들이 날씨를 걱정하며 쉼없이 드나들던 바다.
왕은 절을 짓고자 했다.
배들은 쉼없이 물고기를 잡았고, 먹고 입을 것들을 날랐다.
가람은 조촐했으되, 바다를 마주보는 탑들은 우뚝 서서
그 위세를 풀풀거리며 날리고자 했다.
절은 살아 생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친 왕은 용이 되려 했다.
그래 이건 꿈과 신화가 믿어지고 있을 때의 이야기.
꿈과 신화를 믿고 권력을 끝끝내 지켜낸 한 남자의 이야기.
한때 전우였던 중국인들은 매소성 買肖城 에 뼈를 묻었고,
한때 두려웠던 일본인들은 백강 白江 의 물고기 밥이 되었다.
훗날 아들의 장인까지 무리를 규합하여 반역을 도모했지만,
바위를 깎고 화장한 뼈를 뿌려 건넨 왕권은 한때 찬란했었다.
한때 여기는 바다였었다.
배는 사라지고 푸르른 벼들이 넘실거린다.
무너지지 않는 탑 아래 나비가 살랑거리는,
아무도 몰래 다녔다는 가람아래 말라버린 물길 뒤,
용은 여전히 숨쉬고 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