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각시의 아리랑 사랑 16 - 과수원의 추억

라문황 주주통신원l승인2020.08.10l수정2020.08.1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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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秋(깊은 가을)                                         그림 : 라문황 작

며칠 전 한 친구로부터 어머니가 수확했다는 과일사진을 받았습니다. 사진 속에는 10여 종의 과일이 있는데, 그중에서 리엔우(蓮霧)의 독특한 색깔이 어린 시절로 저를 이끕니다.

우리 집은 타이빠오 마을이 시작되는 곳에 자리하였으며, 인근에 사탕수수 운반 협궤열차가 지나는 철로가 있었지요. 사방이 모두 들판이고, 인가라곤 우리 집 하나뿐이었습니다. 사탕수수 성수기가 되면 오가는 열차가 말할 수 없이 빈번했지요. 한밤중에 열차가 지나가면 집안의 방이란 방은 모두 심하게 흔들려 다들 놀라 깨어났습니다.

집 양편에는 과수원이 있었습니다. 유자, 레몬, 망고를 심었고, 바러(芭樂: 대만어 발음 ‘바라’, 구아바)나무는 꽤 많았습니다. 과수원 안에는 한 그루 리엔우(蓮霧) 나무가 있었는데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과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딴판으로 과일이 하얀색에 작고 떫었습니다. 생김이나 맛이 모두 기대 이하였습니다. 친구가 보낸 리엔우 사진을 보노라니 타이빠오에서 살던 지난 일들이 떠오르네요.

▲ 왼쪽 : 맛없는 리엔우(蓮霧) 오른 쪽 : 보통의 리엔우(蓮霧)

집 왼쪽 과수원 끝부분에 양어장이 있고, 가장자리에 토종 망고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망고가 크지는 않은데 씨가 매우 얇고 과육은 많았으며 향긋하고 달았습니다. 또한 토종망고 특유의 그윽한 향을 갖고 있었지요.

망고가 익을 무렵, 어머니가 한가할 때는 오후 서너 시경 작은 칼과 맑은 물이 담긴 큰 통을 들고 나섭니다. 아이 중에 누구는 조그만 앉은뱅이 의자를, 누구는 작은 대야를 들고 어머니 뒤꽁무니를 따라 과수원 끝에 있는 토종 망고나무 아래로 가지요. 큰아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흔들거나 발로 가지를 차면 망고가 투두둑... 계속 떨어집니다. 전날 오후 흔들었더라도 또다시 익은 망고가 떨어지지요.

나무 아래 꼬마들은 망고를 줍지요. 어머니는 한쪽에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 앉아 있다가 망고를 가져오면 물에 씻은 후 가운데를 갈라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줍니다. 꼬마들은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다음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손가락을 지나 손목까지 흘러내린 망고즙을 깨끗하게 핥아먹지요. 아! 그 맛이란!

큰아이가 나무 위에서 가지를 흔들 때, 양어장 가까이 있는 망고는 직접 연못으로 풍덩! 풍덩! 떨어집니다. 그 물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장도 쿵쿵 내려앉지요. 만약 망고가 연못 가장자리에 떨어지면 온갖 궁리를 다 해서 건져냅니다. 요즘은 슈퍼에 가면 먹고 싶은 온갖 과일들이 다 있습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보았던 토종 망고도 쉽게 살 수 있지요. 하지만 어떻게 먹어도 어린 시절 추억속의 그 맛은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과수원에는 열 몇 그루의 바러(芭樂, 구아바)나무가 있는데, 어머니 말에 따르면 당시 리아바 신품종이라고 불렀답니다. 만약 바러가 너무 많이 열려 다 먹지 못하면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아버지 친구분에게 나누어주었지요. 아버지는 또 큰 통에 술을 붓고 바러주를 담그거나 썰어 말리기도 했습니다. 성수기에는 어머니가 양동이에 바러를 담아주고 우리더러 큰길가 무마황나무 그늘에서 팔아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늘에 서 있다가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아저씨(아줌마) 바러 사실래요? 맛있어요.”

우리는 저울이 없으니 어머니가 지시한 대로 집에 있는 헌 비닐봉지에 크기에 따라 나누어 한 봉지에 5콰이(200원) 혹은 7콰이(280원)를 받았습니다.

길가에 서서 팔아야했는데 큰 오빠와 셋째 언니는 학교친구와 마주칠까 봐 나가는 걸 싫어했습니다. 함께 바러가 든 양동이를 옮겨놓고는 집으로 돌아갔지요. 어떤 때는 혼자서 바러가 든 큰 통을 들고 집 앞 작은 길을 지나고 철길을 따라 큰길로 나옵니다. 무마황 나무 그늘에 도착하여 손님을 기다리지요. 운이 좋아 금방 다 팔리면 손안의 동전을 움켜쥐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떤 때는 오래 서 있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머리 속에선 집으로 돌아갈 각종 이유를 떠올려봅니다.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길에 사람이 없다고 말해야지.’ 하지만 몇 개라도 팔고서야 집으로 돌아갔지요. 제가 바러를 팔고 집에 가면 기뻐하는 어머니의 웃음 띤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나 아버지 모두 장사와는 거리가 멀고, 심은 바러도 판매하기 좋은 품종은 아니었습니다. 많이 열리지만, 벌에 쏘이면 검게 변해 상품성이 떨어지니 누가 사겠어요? 현재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유기농 과일이지만.

우리 집 한편에 한국 잔디(역주: 고운 양 잔디를 대만에서 일컫는 말) 정원과 밭 사이에 두렁이 있고 두 그루의 토종 바러나무가 경계를 이룹니다. 이 두 그루에서 열리는 바러는 속이 흰색인 일반 바러와는 달리 과육이 분홍색입니다. 꽃이 피고 열매 맺어 과일이 자라는데 종일 햇볕을 받는 부위는 녹색이 희끗희끗 변하면서 먼저 익어가지요. 우리가 매일 정원 앞을 왔다갔다 바라보면, 바러의 하얀 부위가 자주 눈에 들어와 유혹을 합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가지를 당겨 바러의 익은 부위를 크게 한 입 베어 뭅니다. 익지 않은 부분은 맛없어 못 먹고 가지를 놓아주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가지에는 한 입 베어 먹은 바러가 매달려 있고, 바람 불어 이리저리 흔들릴 때면 특히 눈에 잘 띄지요.

어머니 눈에 띄면 반드시 화를 크게 내며 야단을 칩니다. “어떤 여우냐! 손님이 와서 베어 먹은 바러를 보면, 이 집안 애들은 가정교육이 안 됐다고 생각하잖아.”

지금 와 생각해보면 사실은 떫은맛이었는데 왜 그토록 먹고 싶었는지. 익기를 왜 못 기다렸을까?

우리가 어렸을 때 항상 개구쟁이 짓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집배원이 철길을 지나 우리 집으로 통하는 작은 길로 돌아들어 올 때는 자전거 벨 소리를 몇 번 냅니다. “따르릉따르릉” 자전거 벨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집배원 아저씨가 편지를 가지고 왔음을 알지요. 튀어나가 편지를 받습니다. 어머니의 분부대로 공손히 두 손으로 편지를 받음과 동시에 “감사합니다!”고 외칩니다.

집배원 아저씨가 어떤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와 어머니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두 마디, 칭찬하며 하는 말, “이 동네에서 이 집 아이들 가정교육이 제일 잘 되어있어요. 두 손으로 편지를 받을 줄 알고.” 하하하하!

집배원 아저씨의 칭찬이 기억에서 항상 새롭기만 합니다.

대부분의 편지는 큰 언니와 둘째 언니가 외지에서 보내왔습니다. 편지를 받은 날 저녁 어머니는 큰 언니와 둘째 언니에게 답장을 쓰도록 합니다. 협소한 공간의 주방에 큰 평상을 놓고 그 위에 일본식 앉은뱅이 탁자를 올려놓으면 그곳이 우리가 숙제하는 곳입니다.

큰 언니에게 답장을 쓸 때면 어머니는 지난 편지 봉투를 뜯어 안쪽 백지에 초고를 쓰게 합니다. 어머니가 불러주는 대로 한마디 한마디 써서 완성되면 편지지에 옮겨 적지요. 답신을 쓸 때 언제나 이 세 마디로 시작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내용입니다.

“큰언니 안녕하신지요!
안녕하십니까? 그립습니다!
가내 일체 평안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두침침한 등불 아래 어머니가 부르는 대로 받아쓰기 담당한 어린이가 따라 씁니다. 어머니는 반찬을 만들며 언니들에 대한 그리움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불러주지요. 우리가 쓸 줄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서로 물어가며 토론을 합니다. 그래도 모르면 어머니는 손을 멈추고 오셔서 우리에게 쓰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은 반드시 아래 문구로 끝을 맺습니다.

"안강과 행복을 축원합니다.
동생 모모 올림"

만약 빠진 내용이 있으면 뒤에 <PS>를 더합니다.

예를 들어,

PS : 큰언니 언제 돌아오십니까? 어머님 말씀이 어제 외삼촌이 사과 두 개를 사왔는데 집에 오셔서 함께 먹기를 기다립니다.

글을 마치며 생각해보니, 큰언니 둘째언니가 집에서 보낸 편지를 받고 느꼈을 마음과 아마도 제가 한국으로 막 시집가서 대만에서 온 편지를 받았을 때와 같은 심정이었겠지요. (번역 : 김동호)

憶童年的果園

前幾天朋友傳來他母親收穫的果實照片與我分享,照片裡共有十來種果實,其中蓮霧的顏色很特别,讓我想起我小時候的家。

我們住在太保村的庄頭,臨近台糖五分仔車(運載台糖白甘蔗的火車)來去的鐵支路邊,四周都是田野,只有我們一戶人家。蔗糖收成期間,載甘蔗的五分仔車往返非常頻繁,半夜要是有火車經過,全家都會被房子的劇烈震動驚醒。

家的兩側有果園,種了柚子、檸檬、芒果,還有很多棵芭樂樹。果園裡還有一棵蓮霧樹,這是我們很期待的水果,沒想到結出來的果實竟是白色的,小顆又酸澀,賣相和味道都不好。只是看到朋友這蓮霧相片,倒讓我憶起住在太保的那些童年往事。

太保家左側果園末側的魚池邊有棵土芒果樹,長的芒果不大但內籽很薄,肉多又香甜,還有挾帶土芒果特有的濃郁香氣。

一到芒果成熟時節,媽媽若是有空,會在下午三四點時帶著一把小刀,提一大桶清水,孩子們有的拿小板凳,有的拿小盆子,跟在媽媽屁股後面到果園尾端的土芒果樹下。大孩子爬到芒果樹上開始搖晃,腳用力地踹樹枝,這時芒果就啵、啵、啵……一直掉。就算昨天下午搖過了,今天還是會掉下剛熟成的芒果。

樹下的小小孩跟著撿芒果,媽媽則坐在小板凳子上,將收集來的芒果洗過切半,分配給孩子們。孩子們吃得很快,在等待媽媽给下一塊時,將手指上流到手腕的芒果汁舔吮得乾乾净净,啊!真是美味!

大孩子在樹上搖晃芒果樹時,靠魚池那側的芒果就直接掉進魚池裡,每次聽見芒果落入池中的噗通!噗通!水聲就感到心疼。要是芒果落在魚池的邊緣,我們就會想盡辦法把芒果撈上來吃。 現在能在超市挑選各式各樣想吃的水果,以前鄉間常見的土芒果也能輕鬆買到。只是再怎麼吃也沒有童年回憶裡的好滋味。

果園裡的十多棵芭樂樹,聽媽媽說在那年代是叫梨阿芭的新品種。若是收穫芭樂太多了吃不完,就分送我們的國小老師或爸爸的朋友。爸爸會用大缸子泡芭樂酒、曬芭樂乾,芭樂盛產時,媽媽會把果實裝在鉛桶裡,讓我們提到大馬路旁的木麻黃樹下賣。我們站在木麻黃樹下,待村裡有人騎脚踏車路過就問:「歐仔桑(歐巴桑)欲買芭樂否?足好呷喔!」

我們沒有秤子,就按媽媽指示地用家裡有的舊塑膠袋,按大小分裝一袋5塊錢或7塊錢。我們得站在路邊賣,大哥和三姐覺得被同學看到很丢臉,都不大願意去賣,只幫忙把芭樂抬到路邊就回去了。有時候我得自己提一大水桶的芭樂,從家的小路抬出來,再沿着台糖鐵枝路走到大馬路口,站在木麻黃樹蔭下等客上門。運氣好的話很快就賣完了,我就會握緊手中銅板,哼著歌開心的回家。有時候站很久都沒有人路過,我就開始在腦海中找各種理由回家,回家就可以跟媽媽說路上都沒人。然而最後我還是會盡量等到賣出一些後才回家,因為我希望賣一些芭樂再回家,看到媽媽歡喜的笑容。現在想想,爸媽都不懂做生意,那芭樂也不是專業種植,產量多但被蜜蜂叮賣相不佳,誰買啊?雖然以現在眼光看每顆都是有機的。

我們家有一片長着韓國草的庭院,和隔壁的田埂以兩棵土芭樂樹為界。這兩棵土芭樂的果實是紅心的,開花結果長大了,整天接受日照的部位就會變作白霧(台語巴樂成熟時由綠轉白)先熟。我們每天在庭院前走來走去,常常看見土芭樂白霧的部位在誘惑。哪個孩子等不及了,就爬到樹上把樹枝拉下來,對熟透的部位大咬一口,剩下還沒熟不能吃的,就放手讓樹枝彈回去。於是樹枝上就掛着一顆被咬過一口的芭樂,隨風晃呀晃地特別醒目。

媽媽要是看見了一定會發脾氣大罵:「果子狸(專吃水果的動物)!客人若來看到這被咬一口的土芭樂,就知道這間厝的囝仔多沒家教!」 現在想起,那味道其實還很青澀,為什麽總是那麽想吃,就不能等到全熟嗎?

我們小時候並非總是那麼調皮的。郵差沿著鐵支路彎進我家小路時,會先彈幾響清脆的腳踏車鈴。一聽到腳踏車鈴發出的叮噹聲,我們就知道是郵差先生送信來了,衝出去拿信,並依媽媽囑咐用雙手接信,同時鞠躬道聲「謝謝您!」。

郵差先生有時候會停下來和爸媽聊上兩句,他讚道:「全村庄就你們家孩子最有家教,會用雙手接信!」 哈哈哈哈哈哈!郵差先生對我們的稱讚我可都記憶猶新呢!

信件多半是大姐二姐從外地寫回來的。收到信的當晚,媽媽要我們給大姐二姐回信。在廚房狹小的空間裡擺了張大木床,床上放一個可以兼作餐桌和書桌的日式矮桌,那裡是我們寫功課的地方。要給大姐回信時,媽媽會把舊信封割開,利用舊信封内面的白紙當草稿紙,媽媽唸一句我們寫一句,待寫完草稿後再重新謄寫到信紙。我最有印象的是回信常以這三句開頭:

"大姐您好
您好嗎?甚念!
家中一切都好,勿念!"

在昏黃的燈光下,媽媽念一句,負責抄寫的孩子就得跟著寫一句。媽媽一邊炒菜,一邊構思著一句句要寄給姊姊們的思念。我們要是有不會寫的字會互相詢問討論,要是誰都不會,媽媽會停下手邊事情走過來教我們抄下。而信件的最後也一定是以下語句結尾:

"敬祝安康!快樂!
妹(弟)某某敬上"

如果漏寫什麽了,會在後面補上「PS」。

例如:
PS:大姐您什麽時候回家?媽媽說昨天舅舅買了兩個蘋果來,等您回家一起吃。 筆停於此,想像著大姐二姐收到家書的心情,應該和我剛嫁韓國時看到台灣來的信是一樣的心情吧!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라문황 주주통신원  low030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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