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과 함께 재난을 이겨내는 연대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장영식

나라가 물난리입니다. 이 와중에서도 정치권은 날 선 “네 탓” 공방입니다. 정치가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한국의 정치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혐오가 더 깊어 집니다.

정양모 신부는 "내 글 보고 내가 웃는다"(햇빛출판사, 2011)에서 제정구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제정구의 성경 풀이를 소개합니다. 제정구는 “정말 묘한 것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증오하고 앙갚음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워하던 그 대상을 닮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흉한 자로 된다는 것이다. 미워하면 미워하는 자가 비인간화되고, 원한을 품으면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용서해주고, 미움을 버리고, 원한을 품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자유와 해탈의 길은 그 길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정양모 신부는 "내 글 보고 내가 웃는다"에서 ‘바보 추기경님’과의 인연들을 말하면서 30년 동안 김수환 추기경의 차를 운전했던 김형태 씨의 증언을 소개합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차에 타셔서도 자주 혼잣말처럼 “밥이 되어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셨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세상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고, 격식을 차리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밥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하셨던 것이죠. ("내 글 보고 내가 웃는다", 246쪽)

위의 두 글에서처럼 한국 정치가 증오와 원한을 버리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민중의 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초들이 물난리로 절규하고 있는 때에 서로 잘난 것은 “내 탓”이고, 못난 것은 “네 탓”이라고 싸움질하고 있습니다. 물난리의 원인이 4대강 때문이라고 하고, 산 위에 세워진 태양광 발전소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독화살을 맞은 민초들을 살려내는 일보다 독화살이 어디에서 날라왔는가를 따지고 있는 어이없는 형국입니다.

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과 함께 재난을 이겨내는 연대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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