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태종은 발해가 국운을 다할 즈음에 발해의 마지막 신녀(神女) 훤희(萱禧)가 했던 예언이 떠올랐다. 그 예언은 발해가 멸망한 이후 한강에 스며들은 발해왕족의 후예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호태종은 부왕(父王)이었던 천부종(天附宗)으로부터 그 내용을 자세히 들은 바 있다. 

신녀 훤희(萱禧)는 별자리로 미래를 예언하여 왕족의 두터운 신망을 얻은 신녀이다. 신녀는 궁궐에 들어오기 전에 주몽 사당에서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하백의 딸 유화부인 그리고 주몽신을 섬기고 있었는데 국운을 잘 맞추는 신기(神氣)를 인정받아 발해의 마지막 황제 대인선(大諲譔)으로부터 훤희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원래 해모수의 뜻을 받들어 유화부인을 평생 모시던 여성 호위무사의 이름이 훤희(萱禧)였으며 대인선 황제가 신녀에게 그 이름을 하사한 것이다.  

발해는 고구려의 전례를 모방하여 천신(天神)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신궁(神宮)을 설치했으며, 신녀는 신궁에서 왕이 제례를 지낼 때 그 제례행사를 총괄하는 일을 맡고 있을뿐만아니라 전쟁의 승패나 가뭄같은 천재지변을 미리 점치기도 했다.

신궁의 신녀로 발탁된 훤희(萱禧)는 고구려의 덕화리 고분벽화에 관심이 많았다. 하늘의 별자리를 신화 그림으로 남긴 고분벽화에는 별자리를 비롯하여 선인지련(仙人持蓮), 길리지상(吉利之象), 성성지상(猩猩之象)의 신화가 그려져 있어 별자리와 신화의 오묘한 조화가 깃들어 있었다.

 

▲ 고구려 벽화  선인지련(仙人持蓮) :

하늘을 나는 신선으로 연꽃 봉오리를 든 하늘에 사는 신선을 상징

초순진이 호태종의 손을 잡고 처음 참가했던 아차산의 제례의식에서 본 신기한 장면들 모두 발해의 마지막 신녀였던 훤희가 영감을 얻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본 떠 재현한 것들이었다. 당시 아차산에서 초순진은 네 벽에 나타난 별자리와 홀로그램으로 표현된 사신도 동물 그리고 천정에서 빛나고 있는 해와 달, 북두칠성과 남두육성을 보며 신비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은 바 있다.  

신녀(神女) 훤희(萱禧)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별자리와 신화 그리고 282개의 별자리와 1,463개의 별이 그려진 고구려의 '석각전문도(石刻天文圖)'*에서 영감을 얻어 국운을 예언했다고 하며, 발해와 한민족에 대해 이런 예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하늘의 신(天神)께서 곱자를 들고
이 별에서 저 별까지 하늘을 측정하실 때
천사들이 계실 만남의 자리를 표시해두려
하늘을 가로지르는 둥근 선을 그어놓으셨네.

둥근 선 모서리에 단군의 후손이 자리잡고 있어 우주의 균형추를 이루고 있었네.

이제 하늘의 둥근 선이 흐릿해지며 발해의 정기가 흩어질 날이 머지않았네. 어찌할거나~! 발해가 사라진 때로부터 천년 후 우주의 균형추가 크게 기울어지며 만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한민족의 정기가 땅바닥까지 쇠락할 것이라. 

허나 너무 슬퍼하지 말라. 하늘의 신(天神)께서 우주의 균형추를 바로잡기로 굳게 마음먹으셨네. 그로부터 백년 후 하늘의 상서로운 기운이 한(韓)민족에 임하리니. 하늘의 도(道)가 땅에 떨어져 역병이 창궐하여 천지(天地)간에 혼탁해진 세상을 바로잡을 주역으로 한민족을 택하셨다네. 그 이후 또 다른 백년이 반도 지나기 전에 한민족을 크게 일으켜 세우시리니, 그 때에 이르러 고구려의 기운과 발해의 기운이 신라와 백제의 기운과 합하여 한민족의 기상을 세계 만방에 떨치며, 무너진 하늘의 도(道)와 덕(德)을 새롭게 정립하고, 천년만년 우뚝 솟는 나라를 이룰지니라. 그 때에 즈음하여 고구려와 발해의 옛 땅을 회복할 날도 머지 않으리."

 

(고구려의 천문지식이 조선으로 계승. 고구려의 '석각천문도(石刻天文圖)'*를 바탕으로 돌에 새긴 게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이다. 천체의 배열을 그린 이 그림이 만원짜리 화폐 바탕화면에 들어있다.)

신녀 훤희는 고구려시대에 그려진 벽화와 석각천문도의 별자리를 이해하고 세상에 전한 마지막 신녀였다. 신녀의 예언 때문이었을까. 발해 멸망 이후 발해왕족의 후예와 유민들중 일부가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대륙으로 흘러들어갔다. 이후 발해의 후예들은 유럽지역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재력과 네트워크를 축적해왔다. 모연중의 조상들 또한 한강변과 유럽을 오가며 유럽에서 기반을 쌓아왔다.

신녀의 예언은 정확히 적중했다. 발해가 멸망(926년)한 지 천년이 되는 해인 1926년을 전후로 하여 사십여 년간은 일제 강점기로 나라를 잃고 한민족이 시름과 고통에 잠기던 시기이며 1,2차 세계대전으로 온 인류가 신음하던 시기였다. 그때 한민족의 정기가 땅바닥까지 쇠락할대로 쇠락하지 않았던가. 

어느날 초순진이 호태종에게 질문을 했다.

"발해가 멸망하고 천년이 지나고 그로부터 백년 후라면 2026년인데, 훤희의 예언대로 2026년경 이후부터 대한민국의 국운이 융성하기 시작할까요?"

호태종은 신녀 훤희의 예언을 한치도 의심한 적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대 한강왕들은 훤희의 예언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지. 어디 그뿐인가. 2026년부터 반 백년이 되는 2076년경에 이르기까지 고구려와 발해의 기상이 신라와 백제의 문화와 융합하여 세계 만방에 위용을 떨치게 될 테니 두고보자구나." 

                              <계속>

 

  

*석각천문도와 천상열차분야지도 (天象列次分野之圖)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고구려 '석각천문도'의 탁본을 얻게 되어 이를 돌에 새길 것을 명한다. 태조 4년, 1395년에 완성하니 이것이 현재 경복궁에 보존되고 있는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이다. 1,463개의 별과 282개의 별자리를 비석에 새긴 정밀 천문도다.

중국의 '순우천문도'(1247년)보다 제작년도는 뒤지지만 그 기원은 훨씬 앞선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의 '석각천문도'를 복원한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들기 위해 개국공신 권근은 글을 짓고, 고려 말 천문대장이었던 류방택이 천문계산을 했으며 설경수는 글씨를 썼노라고 비문에 적혀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오른쪽 아래 부분에 조선 태조에게 바쳐진 탁본의 고구려 원본이 나당연합군과의 전란 중 대동강에 빠졌다고 새겨져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란 하늘의 모습인 ‘천상(天象)’을 ‘차’와 ‘분야’에 따라 벌려 놓은 ‘그림’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차(次)’란 목성의 운행을 기준으로 설정한 적도대의 열두 구역을 말하고, ‘분야(’分野)란 하늘의 별자리 구역을 열둘로 나눠 지상의 해당 지역과 대응시킨 것을 뜻한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