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 [3] : 동생이 태어나던 날

기억의 조각 [3] : 동생이 태어나던 날

나의 동생은 이름이 '균'이다. 허균 ~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 과 같은 이름인데, 한자가 약간 다르다. 이 동생이 태어난 날에 대한 어렴풋한 추억이 아직도 내 기억 조각보에 조금 남아 있기에, 그날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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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초입의 어느 날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아침부터 산통으로 안방에 누워 계셨던 것 같다. 잠시 후 엄마 곁에 계시던 넷째 숙모님께서 건넌방으로 오시더니 급하게 큰형을 불렀다. 빨리 이웃마을 기핍말로 가서 큰어머니를 모시고 오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나는 왜 그런지 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때 나는 건넌방에서 아버지, 누나들, 형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큰형과 함께 오신 큰어머니가 안방으로 서둘러 들어가셨다.

저녁을 먹고나서 나는 무슨 일이 있는지 호기심이 발동하여 안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원래 산모가 있는 방에는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지만, 네 살 배기 어린이였던 나는 들어가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았다.)

방안에는 큰어머니와 숙모님 그리고 잘 모르는 이웃집 아줌마가 누워있는 엄마를 둘러싸고 계셨다. 그분들은 서로들 뭐라고 말을 주고받았는데, 난 뭔 소린지 몰랐다. 그런데 나를 발견한 숙모님이(~혹은 이웃집 아줌마가) 큰누나를 불러서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라고 하셨다.

그다음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다음날 점심때쯤인가 작은 누나가 마당에서 무슨 물체를 종이에 불을 붙여 태우고 있었는데, 연기와 냄새가 좀 특이했다.(나중에 생각하니, 새로 태어난 동생의 탯줄을 태웠던 것 같았다)

이렇게 하여 나는 가락국 김수로왕 부인 허황후(~허황옥)의 가락공파 34대 후손의 7남매 중 막내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허익배 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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