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폭우와 침수피해, 주민 모으는 정책 여전 ‘대안이 없다’
거리 두고 식사 안 하는 무더위쉼터, 주민 이용률 크게 떨어져
마을 자체적으로 판단 및 대응하도록 지원해야

글 싣는 순서

1회: 기후위기와 상시적 감염병, 대책 없는 옥천
2회: 기후위기가 불러온 농업농촌의 위기
3회: 무력화된 재난 대응시스템, 대응방안은
4회: 기후변화가 불러온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5회: 기후위기, 옥천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코로나19 감염병과 폭염및 폭우 피해대책이 서로 충돌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폭염에 대비해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감염병 대응차 사회적거리두기를 하면서 사실상 이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감염병과 여름철 폭염 및 폭우피해가 함께 발생하고 있지만 재난대응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은 사람을 흩어놓도록 하면서 폭염과 폭우피해시에는 한 곳에 사람을 모으도록 하는 등 정책적 충돌이 발생해서다. 그간 코로나19 등 감염병과 그 외 재난이 함께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지만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장기화한 가운데 지난 7월말에는 폭우, 8월 초에는 용담댐 물폭탄으로 인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군은 침수피해 등 재난이 발생하자 결국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재난에 대응하고 있었다. 자모소류지 범람 위험이 발생했을 때는 인근 주민들을 마을회관으로 대피시켰고, 동이면에 침수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동이면복지회관에 대피소를 마련했다. 모두 코로나19 감염병이 발생하기 전 재난대응방식이다.

실제 동이면복지회관 대피소는 주민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각자 이웃집이나 친척집, 자녀들의 집으로 피신하는 것을 택했다. 이에는 코로나19 감염병이 한몫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이면 용죽리 한 70대 주민은 “일단 자식들이 절대 사람들 모인 데 가지 말라고 한다. 멀어도 찾아와서 데리고 가는 경우도 많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코로나 때문에 경로당도 안 가는데 대피소를 가겠나”라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대피소 운영 등 기존 형태로 재난에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지만,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 평가했다. 옥천군 공무원 A팀장은 “코로나19 감염병이 최근에 다시 증가세인데, 수해민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 게 안맞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라며 “감염병보다는 당장 급한 것에 대응하도록 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27일부터 경로당 운영 재개했다 다시 폐쇄, 실효성 의문

폭염에 대비한 경로당 운영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달 27일부터 무더위쉼터 운영을 위해 경로당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수 경로당이 이용되지 않거나 이용자가 급감한 것. 코로나19로 경로당은 20일 다시 폐쇄됐다.

당시 경로당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로당을 이용하려면 열을 확인하고 인적사항을 기록한 방문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경로당에서는 식사를 할 수 없으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이용자 간 거리도 1m씩 둬야 한다.

주민들은 이 같은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천읍의 한 마을 주민 B씨는 “경로당에 오면 밥도 먹고,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하면서 쉬는 건데, 그걸 못하게 하니 사람들이 가겠나”라며 “1m씩 떨어 앉아 있으면 몇 명이나 이용할 수 있나. 어떻게 생활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이면의 한 마을에서는 경로당이 있음에도 노인들이 이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야외에 있는 한 정자에 모여 생활하고 있었다. 정자에 있는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80대 여성은 “우선 자식들이 경로당에 가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가봐야 아무것도 못하고 마스크도 써야 하니 불편하다”라며 “날도 더워 마스크를 쓰면 숨이 차서 힘들다”고 말했다.

지역 내 경로당 가운데에서는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로당은 혼자 사는 노인들이 다수 있는 상황에 식사를 제한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가 일괄 관리하는 시스템, 한계 드러나

경로당의 개폐여부, 무더위쉼터나 대피소 운영 등 재난 관련 대응은 중앙정부가 일괄 지침을 내리는 형태다. 정부가 허용을 하면 지자체가 그 안에서 운영 시기나 방법을 정하는 식이다. 재난 발생시 사람들을 학교 체육관이나 공공기관 등 대피소로 옮기도록 하는 것도 정해져 있다.

정부가 일괄 관리하는 정책의 한계는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이후 극명하게 드러났으나 오늘날까지도 변화는 없다.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과에서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할 정도다. 주민들은 마을이 자체적으로 감염병 등 재난을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 평가했다.

동이면 남곡리 이동복 이장은 “무더위쉼터 때문에 경로당을 열어둬도 지금과 같은 방식이면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동네에서는 누가 어디 다녀왔는지 다 알기에 외부 다녀온 분들만 제한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허용하는 게 더 낫다”라며 “이미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고, 주민들도 그걸 따르는데 무조건 정부 지침대로 하는 건 불합리하고 효과도 없다. 옥천에 맞는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고 평가했다.

 

■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대응문제 더 커질 것’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대응문제는 향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가 기상청과 함께 지난 7월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의 기후변화 현상이 전지구적 변화 속도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평가됐다.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수자원 △생태계 △산림 △농업 △해양 및 수산 △산업 및 에너지 △보건 △인간정주공간 및 복지 등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보고서에서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소득 양극화 등에 따라 취약계층의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 예상했다.

더불어 온열질환과 기상재해로 인한 위험, 감염병 등의 부담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사회취약계층의 피해가 클 것이라 예상했다.

피해는 농촌지역이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에서는 ‘농촌은 인구감소, 고령인구의 증가, 소득 감소, 기반시설의 수준이 낮아 기후변화로 인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혀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시 취약계층의 피해가 크기에 그에 맞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늘날 기후위기는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는 만큼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에서는 ‘지자체 기후변화 적응대책에서는 재해예방 측면의 지원체계 강화와 직접적인 피해관리, 그리고 물품 지원 등 현실적인 서비스 제공을 포함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적응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지역 맞춤형 적응대책은 이행 가능성과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중략)··· 적극적인 적응 이행을 위해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의견이 중요하며, 상향식 의견수렴과정과 참여의 장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타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군, 군의회 ‘옥천의 대응계획 마련 필요’

옥천군과 옥천군의회는 지역차원의 기후위기를 반영한 재난대응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옥천군의 경우 재난상황과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함께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현재 침수피해 등 발생시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주민을 모으던 방식을 일부 변경해, 인근 안전한 주택으로 분산 피신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적 충돌이 발생하는 점에 대해서는 근본적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건설과 이상호 과장은 “군에서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무더위쉼터와 대피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기존 방식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주민들을 분산대피시키고 있다”며 “현재 방식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건 맞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에 맞는 재난대책을 옥천군에서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옥천군의회 임만재 의장도 “코로나19 대응책과 폭염·폭우 대응책은 서로 상충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이건 중앙정부의 문제로 지자체에 권한을 주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변화한 재난에 대응하도록 군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의회에서도 관련 조례 제정 등을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권오성 옥천신문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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