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우리의 생활을 심하게 위협하고 있는 요즘... 좁아진 생활 반경과 변화된 일상에 적응이 쉽지 않다. 우울과 불안 뿐만 아니라 마스크 한 장 구입하기 쉽지 않은 소외된 계층들은 더 소외되고 힘들어지는 나날이다.

긴 장마가 끝나고 햇살이 뜨거운 어느 날 노숙인과 노숙위기 계층 분들이 주로 낮시간을 많이 보내는 동인천역 광장에 나갔다.

동인천역 북광장에는 대략 30여명 정도가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여기저기 모여 술을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미리 준비해간 시원한 생수와 마스크를 전달하면서 그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외출이 더 불안하지 않으세요?“

“좁은 집에서 덥고 외로워요. 여기 나오면 바람도 불고 광장도 넓고, 친구들도 있어요. 마땅히 다른 곳은 갈 데가 없어요.”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꼭 착용하셔야 합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갑자기 큰소리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몸싸움이 벌어져, 놀라서 쳐다보니 옆에 서 있던 분이 하루에도 몇 번 씩 저러는 거라며 괜찮다고 하신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런닝셔츠만 입고 얼굴에 피가 나도록 싸우는 그들이 거리에 있는 다른 분들은 일상인 듯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나가는 시민들은 멀찍이 쳐다보며 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동인천역광장은 공유지로서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경찰이나 관리인이 보이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 망설이는 사이에 피를 흘리던 한 분이 비틀거리며 광장에 서 있는 기둥 앞에 가서는 혼잣말을 하고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뭘 하시나 쳐다보니 다른 분들이 신고할테니까 걱정 말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다가가서 상처를 보니 이마가 찢어져 피가 계속 흘러내렸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시원한 생수를 드리며 자리에 앉아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그러자 조금씩 진정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집, 가족 얘기를 하였고, 간혹 나에 대해 질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도 경찰은 오지 않았다. 함께 봉사하던 분이 위기벨을 이용하여 다시 경찰을 요청했다. 잠시 후 나타난 경찰은 늘상 있는 일이라며 하루에도 열번 이상 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들도 그들이 싸우면 중재하고 상황에 따라 벌금을 책정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듯 보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 신고가 들어오는 동인천역 인근에는 지구대가 없고, 만일의 위급한 사고 발생시에 긴급하게 도움 요청할 곳이 전혀 없는듯이 보여 안타까웠다.

2019년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인천은 서울, 부산, 대구에 이어 4번째로 노숙인 규모가 크고 거리노숙인은 서울에 이어 2번째로 많다고 한다. 그러나, 유관기관 한 곳만이 2명의 전담 인력을 통해 인천 전 지역에서 길거리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폭염 등에 노출되어 있는 거리노숙인과 취약계층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인력부족과 노숙현장 내에 상담소가 전무한 현실이다.

인천시는 노숙인 주요 집중지역 내(동인천역, 부평역, 주안역 등)에 노숙인과 관련한 상담, 정보제공과 쉼터를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우선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재개발로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는 자본 위주의 지역사회에서 더 소외되어가는 그들을 위한 방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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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박연화 주주통신원  duri9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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