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코로나19 덕에 고구마를 알뜰히 먹게 되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기나긴 장마의 끝을 보고 쨍쨍한 날이다. 지하실을 들어가 눈앞에 닥치는대로 들춰본다. 제습제 세제 안녕하신 고구마 사망하신 감자 무덤 등이 있다.

이 중 급한게 안녕하신 고구마와 사망하신 감자처분일 게다. 살아계신 고구마 5~6kg은 옹기종기 모여서 싹이 서너 가닥 보이고 모두 고운 자태로 안녕이다.감자 제끼고 고구마부터 꺼내 마당 함지박에 넣어 수돗물을 틀어 담그니 10여 개월 물 구경 못하고 지하실에서 수절한 고구마가 물에 둥둥 목욕재계에 돌입한다.

 

 

 

 

목욕 중인 고구마(좌)

찜질당한 고구마(우)

 

 고구마를 손으로 잡고 살살살 물에 흔들며 흙을 몇 번 씻어냈다. 고구마는 모셔아 한다. 친정 모친 말씀을 빌면 “고구마는 위해야 한다” 서로 부딪히고 껍질이 벗겨지면 썩는다. 감자는 껍질이 벗겨져도 재생이 되고 조금 얼어도 먹는데 지장이 없지만 고구마는 부딪혀 껍질이 벗겨지면 썪는 것이다. 영어로는 고구마와 감자, 스위트 포테이토와 포테이토로 단어 하나만 더해 지지만 우리나라 이름은 완전히 다르고 속성도 다르다. 인선생께 키워드 질문이라도 할까 하다 글이 길어질까봐 생략한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고구마 5~6kg을 혼자 먹기엔 무리지. 우리집 나그네들은 찐고구마 앞에서는 실종이다. 튀김을 하면 젊은이 손이 닿긴 하지만 이건 내가 사양한다. 고구마를 3등분 해 앞집 옆집 나눠 주고 내 몫은 볶음 팬에 찜기 깔고 찌니 찜질당한 고구마는 망랑말랑하고 달달한 고구마가 되었다.

이 고구마는 지난해 동생이 거둬준 것, 아파트에 사는 동생네는 먹다 남아 말라버린 고구마를 이미 시골 밭에 갖다 버린 걸 봤다. 그러나 내가 고구마를 살뜰히 먹게 된 건 보일러실로 쓰이는 지하실이 겨울엔 보일러가 추위를 막아주고 하절기에 시원하니 고구마 보관에 용이하고 역대급 비련 코로나19가 운신의 폭을 좁혀주니 집 구석구석을 탐색한 덕일지니 코로나19는 나의 고구마史에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이야기

 

편집 : 객원편집위원 김혜성(cherljuk13@nate.com)

신성자 시민통신원  sls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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