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1 노 젓기 교육
▲ 그림2 노 젓기 체험

우선 날씨가 좋은 날이란 가정하에 노를 젓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노가 하나인 해추선에선 왼쪽 발을 앞으로 내고 오른쪽 발은 뒤로 뺀 채로 노를 젓는다. 마치 걸어가는 것과 같은 자세다. 이때 발의 간격은 대략 30cm 정도를 유지한다. 노를 밀 때는 우측 발의 뒤꿈치를 들고, 당길 때는 좌측 발의 앞을 들어야 한다. 발을 고정한 상태에서 노를 저으려고 하면 힘이 많이 든다. 노를 저을 땐 전방을 주시해야 하다 보니 만약 우측 발을 앞으로 내고 노를 저으면 몸이 뒤틀리고 고개가 불편해진다. 한편 노를 밀고 당길 때 각도는 대략 35~40도 정도를 유지한다.

노가 세 개인 배를 살펴보자. 배에 앞 젓거리 노를 하나 더 설치한 경우, 밑 노를 밀면 앞 젓거리 노는 당기는 방식으로 노를 젓는다. 이는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밑 노의 뒤편에 설치한 왼노(왼동 노)는 밑 노와 같이 밀고 당긴다. 왼동 노는 우측 발을 앞으로 내고 젓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배가 좌우로 흔들려서 노를 젓기도 불편하고 배의 속도도 떨어진다.

밑 노와 앞 젓거리를 사용할 땐 왼손으로는 노손을, 오른손으로는 노착의 끝을 잡는다. 노를 밀 때는 노손이 몸을 향하게 하고, 노를 당길 때는 노손이 배 바깥쪽을 향하게 한다. 노의 각도에 따라 배의 추진에 가(加)해지는 힘이 다르다. 노를 최대한 눕혀서 당기거나 밀면 배가 좌우로만 움직이고 추진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한편 노의 개수에 따라 배의 이물이 움직이는 방향도 달라진다. 노가 하나일 경우, 노를 저을 때 배의 이물은 상하좌우로 움직인다. 반면 노가 세 개인 배는 이물이 좌우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상하로는 움직인다.

거북선처럼 노가 많을 때는 어떨까. 편의상 맨 뒤의 좌우 노를 1번 노라고 하자. 좌우의 1번 노는 같이 밀고 같이 당긴다.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좌우 1, 3, 5, 7, 9번의 노를 밀면 2, 4, 6, 8, 10번의 노는 당겨야 한다. 이렇게 노를 저으면 노의 끝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 결과 배의 속도가 빨라진다.

노를 젓는 건 엄청난 힘이 드는 일이다. 사력(死力)을 다해 노를 저으면 10분도 버티기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노를 저를 때 노래를 불렀다. 일종의 노동요였다. 몇 가지 노동요를 소개해보겠다. 먼저 다음은 완도의 동부권(금일, 금당, 생일면)에서 불렀던 노 소리다.

어허--/ 어기하 어야디야/ 무정한 세월 어야디야/ 가지 마라 어기하/ 이내 청춘 어기하/ 다 늙는다 어기하/ 애기하 어야 여차/ 이 배는 누구 밴가 애기하/ 잘도 간다 잘도 간다 애기하/ 병암산이 멀어지고 애기하/ 어야디야 잘도 간다 애기하/ 대굴도가 코앞일세 애기하/ 어야차 애기하/ 어야디야 애기하/ 가자가자 어서 가자 어기하/ 어여차 디야 애기하/어야디야 지어로세 어기하/저가락(곁노)을 어기하/ 맞춰주소 어기하/ 이 노가 어기하/ 누 노인가 어기하/ 김영감네 어기하/ 참노일세 어기하/ 어야여차/ 어기야디야 여야여차.

다음은 청산면의 여서도 멸치잡이 노래다.

어기하 어야디야/ 무정세월아 가들마라 어기하/ 이네청춘 다 눍는다 어기하/ 애기하 어야여차/ 하느님은 나를 내고 애기하/ 어장을 내고 애기하/ 어야디야 올라간다 애기하/ 어야차 애기하 애기하/ 어야디야 애기하/ 가자가자 엇가자 어기하/ 이 수건을 뱃노가자 어기하/ 어여차 디야 애기하/ 어야디야 지어로세 어기하/ 어야 가래야 어기하/ 가래야 어기하/ 맞춰주소 어기하/이 가래가 누가랜가 어기하/ 김서방네 가래로다 어기하/ 어야여차 어기하/ 가고 오는 어기하/ 말리로 어기하/어야여차 디어로세 어기하/세월아 가들마라 어기하/ 인간 청춘이 다 늙는다 어기하/ 어야디야 어기하/ 어기하 여야여차

다음은 상하 낙월도의 노래다(출처: 역사 속의 낙월).

어야디야어허야디야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어야디야어허야디야 고대광실 높은 집에
어야디야어허야디야 호의호식 잘하는데
어야디야어허야디야 이놈팔자 무슨 팔자로
어야디야어허야디야 남자는 잠 못 자면서
어야디야어허야디야 이 고생이 웬 말인가
어야디야어허야디야 웬수로다 웬수로다
어야디야어허야디야 부모님이 웬수로다
어야디야어허야디야 어야디야어허야디야

노 젓는 소리는 때론 처량하게 들린다. 밤에는 적막을 깨기도 한다. 옛 문인들은 노 젓는 소리를 넣어서 시를 짓기도 했다.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제11권 아정유고 3(雅亭遺稿三) 의 시편에 수록돼 있는 ‘친구의 만사(輓詞) 중에’란 제목의 시 역시 그 예다.

얼마 동안 떨어진 새에 갑자기 이렇게 되었으니 / 旬月相離遽至斯눈에 삼삼한 그 모습은 돌아간 것 같지 않으이 / 森森顔髮事堪疑원주 사람들은 상여 실은 배 보내며 눈물이 비 오듯 하니/州人雨泣孤舟訣강물소리 목메고 노 젓는 소리도 구슬프네 / 波咽高江櫓響悲

위의 시에는 ‘상여 실은 배’란 표현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상여를 배에 싣고 상엿소리를 부르면서 섬으로 가곤 했다.

▲ 그림3 소를 싣고 강을 건너는 나룻배 (출전: 사진으로 본 조선 시대)

※참고: 노를 저을 때 쓰는 용어
‘대려라’는 노를 당기라는 의미다. 배의 방향을 고물에서 봤을 때 왼쪽으로 돌리란 뜻이다. 반면 ‘어서라’ 또는 ‘엇어라’는 노를 밀라는 표현이다. 배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할 때 이 표현을 사용했다.

편집: 정지은 편집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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