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문화촌에는 요즘 보기드문 양복점이 하나 있다. '문화양복점'. 아담하지만 터 잡은지 30년이나 된 이 양복점의 사장(임태립)은 한겨레 애독자다. 인터뷰를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 그는 재봉틀에 앉아 대꾸를 못 할 만큼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마침 오랜 친구 세 분이 이곳을 찾아와 함께 이야기 나누던 중이었다. 이 친구분들과의 대화에서 임 사장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간접 인터뷰라고나 할까.

“제가 뭐 내세울 것이 있겠습니까?”라는 임 사장의 대답에 자칭 “대변인”이라며 말을 꺼낸 임성재씨는 “대단한 분이죠. 우선 마라톤 42km 풀코스만도 100회 이상을 완주했고, 자전거를 타면 팔당에서 아라뱃길까지 완주할 만큼 힘이 대단하죠. 등산도 아주 좋아해 산악회에서도 활약중입니다.”

다른 친구들이 말을 거듭니다. “주민에게 봉사하는 맘으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방위협의회, 새마을지도자를 하는 등 동네일에도 열심히랍니다.”, “어려운 분들을 돕는 일도 앞장서지요. 마을에서는 마당발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들 만나면 술도 잘 사고.” 대화 도중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내가 “그럼 오늘 저녁에도 술을 사셔야 하겠는데요?”했더니 임 사장은 “물론이죠. 이렇게 대변인도 해주었는데 안 사면 안 되죠.” 또 한바탕 웃음이...

▲ 임 태립 태립 사장은 인터뷰 내내 재봉틀에 앉아 얼굴사진찍기를 한사코 마다했다.

“예전엔 A일보를 보고 있었는데, 영 논조가 마땅치 않았어요. 나중에 보니까 가장 정확한 잣대를 가지고 기사 쓰는 신문이 <한겨레>더라고요. 그래서 한겨레로 바꾼 지 25년 되었네요. 주주는 아니지만 돕고 싶었어요. 서민적인 기사와 중립적인 시각이 좋아요.” 친구들의 말을 듣고 있던 임 사장은 한겨레에 대해 묻자 지체없이 뚜렷하고 힘있는 어조로 답했다.

양복점이라기보다는 ‘동네 사랑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그러다 보니 행사, 예식 옷 맞춤은 당연히 임 사장에게 부탁한단다. 마침 대담 중에 또다른 동네 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임 사장의 작업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역시 잘 골랐어! 이 바지 이제 제 모양이 나는데!” 했다. 주문한 바지가 맘에 들었나보다.

임 사장은 서울 효자동에서 5년간 양복점을 운영했는데 청와대 부근이라서 오가는 사람들이 자주 검색을 당하는 등 영업여건이 나빠 1986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단다. 늘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 하고 좋은 분들에게 너그럽게 베풀고 매사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사는 그의 모습은 딱 '한겨레'다. 그가 만든 옷도 입어보고 싶다.

편집: 이동구 에디터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