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는 곳을 찾다보니 경기도 여주 ‘파사성’이란 곳이 눈에 들어왔다. 경기도 여주에는 세종대왕릉, 신륵사 등 유명한 곳이 많지만 ‘파사성’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파사성’을 가기 위해 주차장을 찾았다. 그래도 국가 사적 제251호인데 ‘파사성’을 위한 주차장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허름하다.

'파사성'은 파사산(230.4m) 꼭대기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산성이다. 둘레는 약 1,800m이고 성벽의 높이는 약 6.5m다. 

파사성은 6세기 중엽 신라가 한강유역으로 진출하면서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임진왜란 때 승려 의엄이 승군을 모아 성을 늘렸다. 조선 후기에는 남한산성에 비해 그 중요도가 덜해 파사성은 거의 관리가 되지 않았다. 동문이 있던 자리와 남문 터, 일부 성벽만 남아있어 최근에야 일부만 복원되었다.

여주시는 올해 '파사성'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를 위하여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문화재청 지원으로 원형에 충실한 보존과 복원을 위하여 단계별 정비를 하고 체계적인 보수를 한다고 하니 몇 년 후에 가보면 아주 다른 파사성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남문터를 지나 포루(치)1, 포루(치)2를 지나 정상까지 산책한 후 돌아왔다. 복원이 덜 되서 그런지 짧은 편이다. 유명하지도 않아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이 성곽길이 참 분위기 있다.  

▲ 포루(치)2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정상 부근 성곽 돌에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이끼 낀 어떤 돌은 애잔한 연륜이 느껴지고 허연 어떤 돌은 묵직하고 매끈하니 신세대 위력이 느껴진다.   

정상에 가면 남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지면서 강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왼쪽으로 돌아봐도 오른쪽으로 돌아봐도 사방이 뻥 뚫렸으니 천연 요새라 부를 만하다. 

위에서 내려다본 구불구불 성곽길이다. 멀리 성곽 위에 살아남은 '소나무'가 보인다.

'달개비'를 만났다. 달개비는 닭장 근처에서 많이 핀다고 하여 '닭의장풀'이라고도 한다던데 파사성의 달개비는 돌 틈 사이 피었다. 생존력이 뛰어난 풀이다. 색이 연한 보라꽃잎도 있다. 아파 보인다. 양분이 부족해서 건강한 파랑색을 얻지 못했을까? 대신 노랑 수술이 선명하게 도드라져 "나를 지나치지 마세요."라고 애처로이 말하는 것 같다.  

이 달개비는 아직 몽우리만 핀 걸까? 아니면 벌써 하루를 마감한 걸까? 달개비는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면 지고 마는 흔한 것 같으면서도 비싼 풀이다. 하루도 피어있지 않다니... 생에 미련이 없나보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소나무. '연인소나무'란 팻말을 달고 있다. 한 뿌리에서 두 소나무가 나와 연인이라 이름 지었을까? 아니면 다정하게 붙어있어 연인이라 이름 지었을까?

▲ 연인소나무

연인소나무 아래서 사랑을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안 좋았던 부부사이도 더 좋아진다고 한다. 일부러 한자 한자 읽어주었는데도 무덤덤 분위기 없는 미생물쟁이 남편은 나에게 고백하지 않는다. 자신이 있나보다.

▲ 연인소나무

포루(치)1에서 남문터로 가는 길에 한 컷... 크게 기대 안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고즈넉함을 실컷 즐기고 내려왔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여주 어디를 또 들러볼까.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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