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지금

김형효 주주통신원l승인2020.09.11l수정2020.09.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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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로 가고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지금 

                              
                               - 김형효 

 

오신 길이 어딘지요?
내 어머니 그리고 내 아버지
어릴적에 오래된 제게 첫 집 
나를 낳아 길러 주시던 고향집 
그곳이 제가 온 길인데요.
어머니, 아버지가 오신 길은 어디시길래
잘 알지도 못하는 제게 
그 길을 찾아보라 하십니까?
얼마전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신 친구를 찾으셨죠.
아버지의 어린 날에 동무셨죠.
벌써 몇 해전 
먼저 오신 길로 가신 그 분을 왜 찾으셨나요?
저보다 잘아시면서
그 분께서 가신 길을 제게 물으신 그 이유
이 못난 아들이 알고 있어요.
아니 이 못난 자식도 알게 되었어요.
고된 인생길 한 번도 쉬어보겠다 안하신 아버지께서는 
이제 천천히 길을 찾으시며 쉬고 싶으시다 이른 것이겠죠.
그렇게 오신 길을 
이제는 갈까보다고 언질을 하신 거겠지요.
어머니께서도 이제는 
전에 없이 어린 날에 밥투정을 하시는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그렇게 이 못난 자식에게 굳건하라고 다짐을 놓으신 거겠지요.
한 걸음씩 단단히 걸으라시던 인생길에 조언처럼
이제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그리 한 걸음씩 단단히 걸으신다면 
가시는 걸음 조금은 느릿느릿한 걸음이겠지요.
어머니께서 그리고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첫 집에서 
어린 저는 참 많이도 울었지요.
구름이 바람에 흔들려 어지럽게 흩어져도 울고
바람이 내 눈썹을 부여잡고 불어와도 영문 몰라 울었지요.
눈비가 와도 울고 어둔 밤 반짝이는 별 보고 울고
그러다 지쳐 다시 떠오는 밝은 달빛에 이리저리 길을 가르키던 나뭇가지가 흔들려도 서럽게 울었지요.
그 감당 못할 것 같은 수많은 울음고개 넘어온 세월 동안 
여전히 우두커니처럼 굳건하신 어머니께서 그리고 아버지께서 조금씩 흔들리는 바람보다 먼저 흩어지실까 마음 조이는 반백을 넘긴 아들이 
오늘은 조용히 입을 닫고 통곡하며 아무런 소리없이 천상과 지상을 부여잡고 울어봅니다. 
가시더라도 아니 가시었으면 
가시더라도 가시지 말았으면 
그렇게 소리의 문을 다 닫고 소리칩니다. 
가시더라도 한 걸음 느리게
가시더라도 천천히 
한 걸음보다 느리게 
그렇게 부디 더 오래 건강하시고 
두루 세상 시름 좀 더 부여 잡아 주소서!ㅡ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 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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