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에 부쳐서~~

김자현{필명}의 詩 사랑방!

 기억의 꽃대궐

 

 

 

 

 

막걸리 한 사발에 텃밭을 팔던 시대는 가고
조부가 물꼬를 보던 앞논과 옆논
아비가 가꾸던
포도 농장 물려받을 유산상속자들 모두 신화처럼 솟은
시대의 방패연 타고 도시 피뢰침 위에서
허공을 휘젓는 지금
마을 떠난 착한 자손들아 돌아오너라

고샅 귀퉁이
구슬치기 하던 아이들 담벼락에 이쁜이 바보
낙서하고 달아나던 아이들 목소리
싸리 울타리에 살구처럼 열리는 마을
문풍지 찢으며
갓난쟁이 울어대던 이 집 저 집 바지랑대에 하양 기저귀
깃발처럼 날리던 그 날들이 그리워라


정강이 걷어 올린 아낙들 빨래방망이 팡팡!
시름을 패는 냇가를 첨벙거리며
각시붕어 송사리 대신 둥근 하늘과
검정고무신으로, 눈부신 햇살을 뜨던 아이들아 돌아오너라
고모루산성 아래 반월 산성 아래
설이면 우루루 아랫말과 웃말, 벌말과 두둘기를 돌며
세뱃돈 두둑히 받아 보자
한가위 보름달 아래 강강수월래 부르며
대대손손
미래의 태를 묻을 고향 동산에 달 따러 오려무나

 

 

 

 

 

학원이 없는 시골은 살 수 없다고
공중낙원을 찾아
도시로 가버린 아들딸 손주 사위 며느리들아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때는 늦으리
검은 숲이 적막을 토하기 전 너와 나
우리들 기억의 꽃대궐로 돌아와야 하리라

 

작은 해설 (김자현)

수사가 깊지 않아 비교적 잘 읽히는 시이죠. 몇 년 전에 써 놓았던 시,

코로나 정국이 길자 이런 노래도 무색한 시절이 왔습니다.

추석명절 모두 고향에 모여 송편도 빚고 차례를 올리던 그날들이 그립습니다.

우리가 그간 추구하던 것은 모두 허상, 공중낙원이 아닌가 합니다.

잉여의 곳간을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나, 마을을 잊어버리고

생태를 잃어버린 우리 인류와 지구를 지금 코로나가 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생육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는 곳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게 되기를~~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승원 주주통신원  heajoe@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