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 10) 학부모 다모임과 학부모 동아리 활동

▲ 학부모들이 어린이들 요리실습을 하는데 도우미로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신은초등학교는 양천구 신정이피앤 2로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 곽노현 교육감 시절로, 곽 교육감은 은평뉴타운, 천왕동에 있는 이피앤하우스 단지, 신정동의 이피앤하우스 단지가 들어서면서 개교하는 학교들을 혁신학교로 지정하여 서울형 혁신학교의 모델을 만들고자 하였다.

공식적으로는 2011년 11월에 개교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지만 2011년 8월 방학 때부터 학생들의 전입을 받아 2학기부터는 학교 교육이 진행되었다. 9월 초에 500여 명이 전입되어 학기가 시작되었다. 신은초가 ‘혁신학교’라고 하는데, 당시 혁신학교에 대하여 소문은 들었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학부모가 많지 않았다. 물론 소수의 학부모들은 서울신은초가 혁신학교라고 하여 근처에 세를 얻어서 전학 오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였다. 따라서 학부모나 아이들은 혁신학교에 대하여 궁금증과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많았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혁신학교에 대한 안내를 해 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여 9월 첫 주에 혁신학교 설명회를 열었다. 학부모 중 직장 생활을 하는 분도 참석할 수 있도록 저녁 7시부터 학교 설명회를 열었더니 400여 명이 설명회에 참석하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물론 부부가 다 참석한 경우들도 있었지만......

설명회가 끝난 다음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는데, 많은 학부모들이 질의를 통하여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설명회는 9시가 넘는 시간이 되어야 끝날 수 있었다.

혁신학교 설명회에서는 학교 교육에서 학부모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한 아이도 포기하기 않고, 모든 아이들은 내 아이와 같이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어떤 학부모의 주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박수를 보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학부모들이 과거 일반 학교에서와 같이 육성회다, 운영위원회다 하면서 불려 나와 치맛바람이나 날리는 그런 학부모회가 아니라 교육의 한 주체로서 교사들과 아이들을 도와 학교 교육을 주도해 나가야 된다.”가 핵심 키워드였다.

▲ 신은초 학부모다모임에서는 양천 구청 공모 사업 신청을 하여 받아온 예산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어우러진 '신은초 어울 한마당'을 기획하여 뛰고 달리며 신나는 어울 한마당을 통하여 혁신학교의 발전을 위하여 함께 노력했다.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학교 급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중학교, 고등학교로 급별이 올라가면서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대한 관심은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보다 더 자녀들 성적에 관심을 갖고, 상급학교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원한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려서 학교에 적응하는 것과 교우관계 등에 좀 더 관심을 갖는다. 그렇다고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에 관심을 안 갖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학부모들 연령대가 중, 고등학교에 비하여 낮은 젊은 학부모들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 참여도 훨씬 의욕적이다. 따라서 혁신학교인 신은초에서는 학부모들의 이런 열정과 의욕을 교육의 선기능으로 흡수하여 교사들과 함께 학교 교육을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했던 것이다.

‘학부모 다모임’을 만들어서 학부모들의 학교 교육에 대하여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주제의 학부모 동아리를 만들어서 자기 계발과 학교 교육 활동 지원 등을 할 수 있다는 안내를 한 것이다. 학급은 학급 나름대로 학급학부모다모임 활동을 통하여 담임교사와 협력하면서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전교 학교 단위에서는 전교학부모다모임을 조직하여 활동하기를 바랐다.

이런 개방된 분위기 속에서 매월 1회 정도 전교 학부모다모임이 이루어졌지만 회장 등 임원을 맡아 활동하는 것은 기피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서로 추천을 하면서 임원들이 선출되어 활동을 하고, 전교 학부모다모임은 전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다모임 모임에 모이는 학부모들은 50~100명 수준이었다.

학부모 다모임은 학교 예산에서 소액의 운영비가 책정되어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돈으로 필요한 경비들이 다 마련이 되지 못하여 교육청이라든가 양천구청 등에서 벌이는 각종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예산을 받아와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물론 학부모 자신들도 연 1~2만 원 정도의 소액 회비를 내어 운영하기도 하였다.

▲ 어린이, 학부모, 교사들이 어우러져 신나는 게임과 춤, 달리기 등을 통한 스킨십을 통하여 공동체의 결속을 더욱 다질 수 있었다.

해마다 학년 초에는 담임들이 학부모 만남의 날을 정하여 학급 학부모들을 만나 담임교사가 앞으로 어떻게 학급을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안내를 하고,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의견 청취를 한다. 저학년의 경우는 학급에 따라서는 학부모들이 아이들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노력 봉사를 하기도 하였다. 필자의 경우는 비록 신은초에서 뿐만 아니라 전임지 학교에 있을 때에도 수업이 시작되기 전 아침 시간에 학부모들이 동화책 등을 읽어주는 시간을 마련하여 협력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등하교 안전 지도를 위하여 교통봉사를 하기 위한 녹색학부모회가 조직이 되어 등하굣길 건널목 지킴이 역할 봉사를 받기도 하였다. 특히 필자의 경우는 화전 만들어 먹기, 감자 요리하기, 인절미 만들어 먹기, 김장하기 등의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할 때 모둠별로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일반 학교에서는 축제와 같은 성격의 ‘신은 어린이 한마당’ 행사를 추진할 때 코너 활동을 할 때는 많은 학부모들의 손길이 필요했다. 이럴 경우 학년학부모다모임을 열어 학년 교사들과 프로그램 협의를 하여 학부모들이 코너 운영자가 되어 운영을 하는 형태로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2014년 5월에 있었던 ‘신은교육주체한마당’ 행사에서는 학부모들이 구청의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받아온 예산으로 학부모와 어린이들, 교사들이 어우러져 일종의 운동회와 같은 신나는 마당을 열기도 하였다.

▲ 서울신은초 학생, 학부모 초록동아리는 핵발전 사고가 나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2015년 영광에 있는 한빛원전을 방문하여 학습을 한 적이 있다. 이런 활동을 할 때 학생, 학부모, 지도교사들이 함께 기획하여 참여하여 이루어진다. 신은초에서의 동아리 활동은 관심있는 주제를 가지고 이와 같이 교외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많은 동아리 활동을 조직하여 활동했다. 필자가 이끌었던 ‘생태, 환경’을 주제로 하는 ‘초록동아리’ 활동은 교사, 어린이, 학부모가 같이 어울려 하는 활동이라 학부모들과 어린이들의 참여도가 굉장히 높아 필자가 신은초에 근무를 한 4년 6개월 동안 전국 시도 중 거의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생태 체험과 학습, 역사, 문화 공부를 하는 활동들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자줏빛 동아리’는 아이들의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기르기 위한 활동으로 학부모들의 역할에 대한 공부를 하는 동아리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목공동아리’, ‘기타동아리’, ‘독서동아리’, ‘녹색학부모회’와 같은 교통 안전지킴이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들을 만들어 운영되었다. 저학년의 경우는 ‘발도르프 교육 동아리’를 운영하는 학급이 있기도 하였다. 일일이 다 알 수는 없지만 전교에 20~30개 정도의 학부모 동아리들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부모다모임도 규약을 제정하여 학운위 심의를 거쳐 공식적인 기구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학부모회’를 조례로 제정하여 모든 학교에서 학부모회가 조직되어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표준 규약 예시를 학교로 내려 보내기도 하였지만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학부모회’를 조직하여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필자가 정년퇴임하기 직전 해인 2015년 2학기부터 학부모다모임을 중심적으로 운영해 나갔던 학부모들이 필자를 찾아와 규약 제정을 위하여 많은 자문을 구하였다. 그런 과정에 자문역으로 참여하여 2016년에는 드디어 신은초에도 서울시 조례에 근거한 학부모다모임이 조직되어 운영될 수 있었다.

2016년 8월 필자가 서울신은초에서 정년퇴임을 하면서 학부모다모임 등 학부모 활동에 대한 조언과 자문 등의 활동도 자연스럽게 접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학교에 남아있는 후배 교사들에게 들어보면 과거와 같이 학부모들이 의욕적으로 활동을 하진 못하고 있다고 하여 아쉬움이 남아 있다. 혁신학교 교사들의 의욕과 열기도 예전만 하지 못하다고 하여 안타깝다.

▲ '혁신 한마당'에서 학부모들이 코너 활동 도우미로 참여하여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다음 글은 2012년 10월 8일에 써서 필자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 ‘들꽃 피는 교실’에 게재했던 학년 학부모다모임 관련 교단일기이다.

 

10월 8일 월요일 맑음

 

오늘은 수업이 끝나고 3시부터 3학년 학부모 간담회를 가졌다. 의제는 '학교 개교 첫돌 맞이 혁신 한마당'행사 준비와 관련된 것이다. 원래는 전교가 다 모여 학교 차원에서 기획을 하고 추진을 하려고 했던 것을 교사다모임에서 학년단위로 돌리기로 하였다고 결정을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짜증을 낸 바 있는 사안이다. 이미 ‘학교문화혁신팀’에서 논의를 거쳐 전체 교사회의 에 부쳤던 사안을 이런 식으로 변경하여 처리된 부분에 대하여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학년 단위로 하기로 했다니 우리 학년이라도 최대한 모양새 있고, 재미있게 만들어 가는 한마당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학부모 모임을 하자고 제안을 해 놓은 상태였다.

 

 

나는 이 모임에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많이 모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지난 금요일 급하게 편지글을 써서 학부모들한테 보내고 참석 여부를 물었다. 여덟 분이 온다고 하였다. 다행이다. 그분들이 다 오고 다른 반도 그런 정도로 모이면 약 40명 정도 모이기 때문에 제법 모양새가 갖추어진다. 모인다고 모였는데, 기껏해야 열 명 정도 모여서 논의를 하는 것은 참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혁신학교라며 툭하면 모이라고 하니 학부모들도 지겹긴 할 것이다.

 

아마 한 30명 가까이 모인 것 같았다. 학년 팀장님이 취지와 학년 교사 모임에서 논의한 내용들에 대한 안내를 하고, 그에 대한 질의, 응답과 의견을 듣는 모양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나는 5시에 서초동 고법에서 전교조에서 했던 민노당 정당 후원금 관련 재판이 있어서 좀 참석했다가 자리를 떴다. 뜨기 전에 학부모 몇 분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팀장님의 안내 중 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한 보충과 내 의견을 좀 말씀드리고 자리를 떴다.

 

의견은 '전야제'에 관한 건이다. 나는 용어부터 '전야제'라 하지 말고, 공연마당이라 바꾸고, 그걸 밤에 아버지들도 함께 모여서 함께 진행하도록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의견을 내었다. “ 출연하지 않으면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이 안 온다고 하여, 아이들이 다 출연할 수 있도록 반에서 합장이나 악기 연주 등 다양한 것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취지의 의견을 내고 자리를 떴다. 어떻게 결론을 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핵심은 '혁신학교의 취지에 맞게 교사, 아이들,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 가는 한마당 행사'로 준비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모임도 하자고 적극 제안했던 것이다. 아마 내가 자리를 뜨고 나서도 분위기로 보아 열심히들 의견을 내고 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이런 식으로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 방식이라 생각이 든다. 웬만하면 자주 이런 기회들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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