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와의 대화

                 - 김형효

 

비가 하염없이 내리네.
봄도 여름도 다 잡아 먹어버린 
코로나19 사태 속에 다 잡아먹힌 듯
우리들이 불러야할 노랫소리도 다 잦아들어
이 아픈 가슴에 하소를 대신하는 밤비야
그래 울어라.
울고 싶은 만큼 울거라.
그렇게 울고 울다
다 울고 나면 환하게 웃을 날 오겠지.
그렇게 울고 울다 다 울고 나면
남누리 북누리 천지사방에 우리 민족 모두가 
손에 손 맞잡고 부를 새날에 노래가 있겠지.
그렇게 새날에 노래가 오겠지.
밤비야 밤비야 
그렇게 하염없이 울고 울어도 지치진 말거라.
그렇게 울고 울어 더 없이 벅차고 더 없이 가열차게 
산천을 울리고 울려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사해로 나가
우리네 팔도강산을 다 휘돌아 울고 난 벅찬 기상을 품고
천지개벽의 울림으로 사해에서 태어나거라.

오늘도 하염없이 대지를 적시는 밤비야
너를 맞는 땅울림 소리에 나도 울고 운다.
나도 따라 너를 울고 너를 따라 나도 운다.
그렇게 울고 울다 생각이 깊어지고
그렇게 울고 울다 조국이 살아오고
그렇게 울고 울다 통일된 나라의 꿈이 영글어온다.
그렇게 너의 울음 속에 나의 울음이 녹아들어
천지를 개벽하는 남누리 북누리 
내 조국에 통일의 길이 보이는구나.
그렇게 울고 울어오는 너의 심장소리
그렇게 울고 울어오는 너의 몸통이 땅을 치며 울리는 심장소리
남누리 북누리 서로 맞닿아 "우리는 하나다!" 울리는 겨레의 심장소리
그래 우리 민족이 울어오는 한반도가 울어오는 심장소리였지.
하염없이 울고 울어도 맥없이 무너지지 않는 강고한 겨레의 울림소리
그래 보인다.
칠흑같이 어둔 밤을 가르고 내리는 꼿꼿한 빗줄기가 땅을 치고
칠흑같이 어둔 밤을 밝히며 여유롭게 받아안는 땅이 하나다.
우리네 남누리 북누리 그렇게 하나다. 

하염없이 울어오는 너의 울음 속에 조국의 울음이 멎고 
하염없이 울어오는 너의 울음 속에 통일의 울음이 멎는구나.
그렇게 울어오는 밤비의 하소가 넘치다보니 거기 새날이 있구나.
남누리 북누리 이제 또 다시 밝아오는 우리누리 새날을 밝히자.
우리의 울렁이는 통일의 열망이 물결 거친 사해의 심장을 열고
밤비야. 밤비야 우리는 가리라. 가리라. 통일의 길로 가리라.

▲ 과거 제가 출판했던 북녘시인 55인의 서정시집 표지사진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 <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 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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