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故鄕)은... (4)

[기억의 조각 4] : 어느 봄날, 둘째형과 이웃집 누나와의 봄나들이... 허익배 주주통신원l승인2020.09.18l수정2020.09.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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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유년시절 살던 고향집은 지금은 누군가에게 헐려 과수원으로 변해버렸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정겨운 고향의 초가삼간(草家三間)으로 존재한다. 오늘은 타임머신을 타고 어느 해 봄날, 둘째형과 이웃집 누나와의 봄나들이 추억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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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고향에는 정겨운 이웃집이 있었다. 어른들이 부르던 ‘순행이네 집’이 바로 그 이웃집인데, 지금 생각하니 ‘순행이’는 이웃집 큰 누님뻘 되는 딸 이름으로 기억된다. 그 집에는 ‘민행이’라는 어린 딸이 또 있었는데, 내 바로 위 둘째형과 단짝이었던 것 같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볼품없이 단발머리를 깎은) 쬐끄만 누나가 우리집 사립문 앞에 와서는, “은배야, 노~올자.”하고 길게 빼는 소리로 둘째형을 불러댔으니까...

그날은 아마 아지랑이가 아른거리고 길가에 잡풀이 푸릇푸릇해지던 늦봄이었을 것이다. 점심 때쯤인가 작은형을 불러대는 이웃집 민행이 누나의 목소리에 뛰어나가는 형을 보고, 무슨 특별한 이유도 없었는데 나도 무작정 따라나서게 되었다. 그리고는 집 근처 들판을 작은형과 여친(?) 민행이 누나가 다니는대로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 나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 출처: pxhere. 농촌의 이른 봄날.

그런데, 갑자기 내가 ‘응가’가 마려웠나보다. 참지 못한 나는 벌써 볼일을 시작한 후에 “작은 엉아~”하고 형을 부르며 풀밭에 엉거주춤 앉아 한껏 용을 쓰고 있었다. 볼일에 열중하는 내 모습을 회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앞서 가다가 다시 돌아온 형과 형의 여친 민행이 누나는 내가 볼일을 다 마치자, 들판에 새로 돋아난(좀 널찍한) 부드러운 봄나물 이파리로 내 뒤처리를 해주었다.

볼일을 해결한 나는 한껏 만족해져서, 폴짝거리는 개구리 뒤를 쫓아다니며 데이트(?)하는 작은형과 민행이 누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늦봄의 정취에 취해 여기저기 쏘다니던 철모르던 어린시절이 오버랩된다.  -fin-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허익배 주주통신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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