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말에 '구부러진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있다. 아마도 출세(?)를 못한 놈이 고향에서 선산이나 지키고 있다는 비꼬는 말일 것이다.

현실을 보면 실제로 많이 배우지 못하고, 직장도 없는 사람들이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며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산을 관리할 수 밖에 없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외지에 나가 있는 형제 중에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서 집안에 불화가 생기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도 생각이 있는 형제들은 돈이라도 보내고, 아니면 날짜를 잡아 모두가 모여서 벌초를 하는 집안도 있다.

▲ 소나무

그러나 요즘에는 '곧은 나무가 먼저 베어진다'고 바꾸어 말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뭔가 잘못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 같았었는지 이러한 시가 있어 소개한다.

곧은 나무가 먼저 베어짐을 탄식하다 월과 〔直木先伐歎 月課〕

내가 가다가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 我行入山中
곧은 나무가 참으로 불쌍하구나 / 直木眞可憐
대들보가 되건 서까래가 되건 용마루가 되건 안 될 것 없어 / 爲樑爲桷爲棟無不可
수많은 도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베러 오네 / 紛紛斤斧來後先
재목감 아닌 사당의 상수리나무가 옆에서 보고 비웃으니 / 傍有不材社櫟見之笑
용방과 비간은 죽고 도척과 장교는 천수를 누린 것과 무엇이 다르랴 / 亦何異乎逄干刳而跖蹻天年

용방(龍逄)은 하(夏)나라 사람으로 걸왕(桀王)의 폭정을 간언하다가 참수를 당하였고, 비간(比干)은 상(商)나라(은나라) 사람으로 주왕(紂王)에게 간언하다가 심장을 도려내는 형벌을 받고 죽었다. 도척(盜跖)은 노(魯)나라의 도적이며, 장교(莊蹻)는 초(楚)나라의 도적인데, 이들은 부귀를 누리며 장수하였다.

이 시는 고전번역서인 용주유고라는 시집의 5권에 실려 있는 글이다.

이 시가 시사 하는 것은 무엇일까?

좀 앞서가는 사람은 표적이 되니 누가 나서려고 하겠는가?

머리 좋은 것도 죄인가, 남이 잘되는 것을 보면 안 되는가?

그래서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을 만들어 놓았나 보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말이 옳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참 인제들은 숨어서 나오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닐까?

세상이 나무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떨어지라고 흔들고 있는 세상 참 더럽고 치사하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이 참인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나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더러운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쁜 짓 하는 사람을 옹호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벌을 받고 용서를 빌어야 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이 되는지를 묻는다면 그렇다고 떳떳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무엇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일인지 냉정하게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용주(龍洲) 조경(趙絅, 1586~1669)은 1586년(선조19)에 사섬시 봉사(司贍寺奉事)를 지낸 조익남(趙翼男)과 유개(柳愷)의 따님 사이에서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자(字)는 일장(日章), 호(號)는 주봉(柱峰)ㆍ용주(龍洲)이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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