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적대는 무엇으로 깰 수 있을까?

미국의 북미협상이냐 북의 핵전력 강화냐 한성 시민통신원l승인2020.09.27l수정2020.09.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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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12북미공동성명에서 핵심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의 중추인 대북적대를 폐기하는 걸 의미한다. 미국이 70여년 간 지속해왔던 대북적대를 없애야만 북미관계가 정상화돼 새로운 북미관계가 수립되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는 항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고강도의 경제 압박 그리고 집요한 정치공세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북미 간 두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과 수차례의 고위급 회담은 그러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대한 전망을 내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 대북적대 폐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를 보여준다. 이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을 곳이 북이다. 북은 북미대결전 과정에서 북미협상 말고도 미 대북적대를 없앨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략을 세워놓고 있다. 핵전력 강화가 그것이다. 핵전력 강화는 미중러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핵보유 전략국가가 일상적으로 벌일 수 있는 기본 활동이다.

유럽연합(EU)이 9월 1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회의에서 북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전형적인 반북공세다. 구체적으로는 북의 핵전력 강화활동에 대한 공세다. 미국의 의중이다. EU의 반북공세는 그렇지만 북이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저 눈을 감고 부정하는 것일 뿐이다. 국제사회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 안하느냐는 현 정세에서 그리 중요치가 않다. 북은 엄연히 핵보유 전략국가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노병대회에서 ‘핵 억제력 강화’를 천명했다. 핵보유 전략국가로서 핵전력 강화 활동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새삼스럽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해 말 열린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하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 없이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전략무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16일 후보자로서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북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새로운 SLBM 시험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ICBM 보다 더 위협적인 무기가 SLBM이다. 북은 2015년 5월 8일 북극성 시험발사를 통해 SLBM을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2일엔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했다.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고 3단이었다. 사거리는 2000㎞ 안팎으로 추정됐다. 3000~㎞ 7000㎞로 추정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펜타곤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북은 그에 앞선 지난해 7월엔 신형 잠수함도 공개했다. 핵폭탄보다 만들기 어려운 게 잠수함이다. 전문가들은 3000t 이상의 크기로 SLBM을 3발 이상 쏘는 잠수함일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북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앤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은 16일 미국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개최한 ‘대북 외교 전망’을 주제로 연 화상 토론회에서, 북이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 개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이 지난해 12월 7일과 12일 실시한 ‘중대한 시험’과 연동돼는 전망이다.

북 매체 '내나라'는 지난 4월 2일 '우주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 국가우주개발국(NADA)이 2016년부터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가 그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활동에서의 정면돌파전으로 정지궤도 위성 발사를 추정하고 있다.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로서 벌이게 될 핵전력 강화는 이렇듯 새로운 SLBM과 새로운 잠수함, 핵.ICBM 최첨단화 그리고 새로운 SLV를 내용으로 한다.

미국의 대북적대는 대북제재 등으로 북이 경제강국이 되는 걸 가로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핵전력 강화는 저지할 수가 없다. 이때까지의 미 대북적대가 북 핵미사일 개발도 핵무력 완성도 막지 못했다는 데에서 확인되는 상식이다.

미국이 대북적대를 계속하는 동안 북은 경제강국 건설에 차질이 생기는 걸 감수해 정면돌파를 하면서 핵전력을 미러중 세계3대 핵강국 수준으로 높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가 북을 세계 4대 핵강국으로 떠밀어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을 비롯한 반북세력들이 북미협상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EU는 16일 IAEA 이사회 회의에서 북의 지속적인 핵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 유예를 고수할 것과 추가 도발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미협상에 복귀하라고 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토론회 역시 마찬가지로 북이 무기 체계를 양적∙질적으로 고도화 시키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북미간 ‘중간 합의(interim deal)’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판다 선임연구원 같은 경우 북의 ‘다탄두(MIRV)’ 개발, 미사일 탄두중량 증대 등 무기 체계의 ‘질적’ 개발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는 차기 미 행정부가 북의 핵∙미사일 역량 제한 축소를 위해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고안하는 등 대북 접근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토론회에서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국가정보국(DNI) 북 담당관 또한 비핵화 등 장기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기는 하되 북미협상 재개의 첫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초점’은 ‘북 무기체계의 질적 개발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미 행정부가 ‘달성 가능한’ 목표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이렇듯 누구든 다 북미정치협상을 언급하고 있다. 중요한 건 북미협상의 현실화 문제다. 미국이 강조하는 북미협상에 대해 북은 이미 답을 내놨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7월 10일 담화에서 협상구도로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를 제시한 것이다. 미국이 대북적대를 없애야만 북미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명백하다. 미국이 대북적대 철회에 대한 구상을 내오지 않는 한 북은 어떤 경우에도 북미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대북적대를 계속 유지해 북미협상이 이뤄지지 않게 되는 경우 정치안보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데는 미국이다. 북에게 세계4대핵강국 진입할 구실과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다. 2017년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한 북이 핵전력 강화를 통해 세계4대핵강국에 진입하게 된다면 그건 세기적 사변이다. 미국의 핵패권을 송두리째 허물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의 세계4대핵강국 진입은 버럭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09년 5월 주창했던 ‘세계비핵화’를 현실화시켜낼 수 있는 결정적 추동력이 된다. 그에 따르면 세계비핵화는 구체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서 그 경로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와 북의 핵전력 강화가 갖는 정치안보적 의미를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정확히 간파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조지 바이든 후보는 공히 깊은 고민에 빠져있을 수 밖에 없다. 북이 요구하는 대로 대북적대를 없애는 방식으로 북미협상을 재개할 것인지, 대북적대를 유지해 북의 세계4대핵강국 등극을 허용할 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 활동은 미국이 북미협상을 질질 끌고 있는 동안 그리고 코로나 같은 보건 위기나 태풍과 장마 같은 재해 위기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을 것이 필연이다. 미국은 그 일부분을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즈음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북미 간 문제의 핵은 핵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적대다. 모양새가 또렷하다. 미국이 70여년 지속시켜왔던 대북적대는 막판에 이르러 북의 핵전력 강화에 심장을 드러내놓은 채 떨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주의적 판단을 서둘러 내려야 할 때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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