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미군기지가 있는 곳의 주변 6개 마을과 사람들은 강제 추방되었습니다. 미군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6개 마을 중의 하제마을에는 수령 600년이 된 팽나무가 있습니다. 마을의 수호신이었습니다. 이 땅이 미군 공여지가 되면, 팽나무는 사라질 운명입니다. 비록 마을과 사람들은 지켜내지 못했지만, 더 늦기 전에 팽나무는 지켜내야 할 것입니다. ©장영식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산 205번지에는 수령 600년의 팽나무가 있습니다. 팽나무의 높이는 20미터나 되고, 나무 둘레는 7.5미터가 됩니다. 이 팽나무는 2004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지만, 언제 잘려 나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팽나무가 있는 주변 지역은 미군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라는 명분으로 하제마을을 비롯한 6개 마을 644가구가 소개되었습니다. 지금은 단 두 집만 살고 있습니다. 이 땅이 미군에게 공여되는 공여지가 되면 팽나무도 더 이상 보호받을 근거가 사라집니다. 미군 때문에 오랜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이 강제 추방되었습니다. 국방부가 이 지역에 사들인 땅은 200만 제곱미터에 달합니다. 이 땅을 미군에게 넘기려는 협상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문정현 신부는 하제마을에는 와 보았지만, 이 마을 안에 팽나무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합니다. 작년 이재각 사진가의 사진에서 팽나무를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문정현 신부는 팽나무가 있는 현장을 처음 찾았을 때, “네 동네 놔두고 어디 가서 뭔 짓하고 다니는 거야”라는 팽나무의 호통치는 천둥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곤 팽나무는 “날 베어버리면 천벌을 받을 거다”라는 말에 눈물을 쏟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팽나무는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마을공동체가 해체되고, 평생을 함께 살던 사람들이 강제로 쫓겨나 뿔뿔이 흩어진 상황을 외면하고,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라는 원망의 소리였을 것입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너, 어디에 있느냐?”라고 찾으시는 말씀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 문정현, 문규현 신부가 팽나무 앞에서 함께했습니다. 형제 신부는 "마을과 사람들은 지켜내지 못했지만, 팽나무는 지켜내겠다"라고 다짐합니다. ©장영식

문정현 신부는 새만금의 파괴와 군산과 평택 대추리 그리고 강정으로 이어지는 서해안 전쟁벨트를 “참혹하다”란 말로 압축합니다. 팔순의 사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 ‘전략적 유연성’의 최전선이 바로 한반도 서해안 벨트란 것을 통찰하고 있었습니다. 이 서해안 벨트는 오키나와 헤노코 미군 기지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문정현 신부는 “군산과 평택 그리고 강정과 오키나와는 하나다”라고 절규합니다. 그 절규 안에는 잃어버린 마을과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그 마을과 사람들의 수호신이었던 팽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 하제마을에 있을 때, 하늘 위로 미군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미군 전투기가 비행 중에는 한국 민항기는 하늘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한국 항공사들은 군산비행장을 사용하는 사용료를 미군에게 지불하고 있습니다. 군산공항은 미군기지이기 때문입니다. 팔순의 신부가 굉음을 쫓아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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