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노모가 오지 말라하시니 이번 추석 안 간다. 대신 나의 집이자 스튜디오이며 신화미술관인 이곳 원주에서 제사를 지낸다.

아버지는 삼 년 전 돌아가셨다. 술 한 잔 올리고 절을 하는 내내 두 마디 말만 떠오른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친할배 할멈, 외할배 할멈까지 모시고 제사 올리고 싶었으나 못했어요. 새해 설날에 그리할게요. 절 올리다보니 최선을 다해 살지 못하고 아버지도 제대로 섬기지 못한 지난날 때문에 불효자는 웁니다.

그래도 화업 40년 해내고 기념전시까지 마쳤으니 대견하다고 쓰담쓰담 해주세요. 아버지 칭찬이 목말랐던 유년기 생각나네요. 그래도 아버지가 큰아들을 아버지 뜻대로 키우기를 포기하시고 내 뜻대로 크기를 지켜봐주신 덕분에 지금 이렇게 독립예술인이 되었어요.

저도 짧은 인생 마치거든 저승길 총총히 갈게요. 아버지와 이승에서 못 다한 이야기 다 해요. 아버지가 못내 지켜보지 못했던 민주주의 승리의 그날 촛불혁명 이야기도 전해드리고 위대한 K방역신화도 알려드릴게요. 평생 나라 걱정하며 민주주의를 염원하셨던 아! 아버지...

여기 남도의 동학 할배 할매님 곁에서

삼가 영면하세요.

불초 소생 큰아들 올림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봉준 시민통신원  sanary@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