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공동체

           
           - 김형효 

 

그래 참 오래전 일이지.
멋 모르는 서울살이
골목길 찾아들어 
방 한 칸에 소박함을 즐기던 운치있던 젊은 날
그 젊음은 참 좋았지.
멋 모르던 서울살이
골목길 돌고 돌았지
방 한 칸이 두 칸 되고 세 칸이 되어도
삶은 운치 있었지.
멋 모르던 자본주의에 토사구팽 되기전이니까?
그러던 어느날 재개발 재개발
등 뒤를 따라붙는 밤귀신처럼 
뛰면 뛸수록 더 빠르게 따라붙는
서울추방명령서
누군가는 삶의 보석같은 딱지가 붙는 날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던 이방인은 고향버린 죄인이라 추궁당하듯 조리돌림 당했지.
도시는 그렇게 조성되어 가지.
재개발공동체 서울은 그렇게 골목길에 정붙인 사람들을 내몰았지.
그러다 쫓기던 사람들 변두리변두리 둘러보며 살지.
그러다 쫓기던 사람들 몇몇은 한강도 건너지 못하고 먼길 떠났지.
살면 사는 건데 하며 밀리고 밀린 사람들
밀린 안부나 하며 고향을 찾지만 그 고향도 이제 남의 것
사람들 갈 곳 몰라 술잔에 하소만 깊어가네.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 <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 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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