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5경인 '적목용소(赤木龍沼)'는 가평 최북단에 있다. 포천 백운산 자락 도마치봉에서 내려오는 도마치계곡 상류에 있는 용소폭포와 용소가 적목용소다.

우리는 가평을 통해 가지 않고 포천으로 올라가 백운산 광덕고개를 지나 적목용소에 갔다. 적목용소는 도마치고개를 지나 바로 도로가에 있었다. 작은 주차장이 공사 중이라 차들 몇 대가 길가 주차를 하고 있었다. 가평 5경이라면서 화장실도 열악하고 공간도 협소했다. 공사가 끝나며 깔끔한 주차장과 작은 휴게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여름에는 삼단 폭포가 시원한 소리를 내며 내려온다고 하는데... 무서운 장마와 태풍이 온지 그새 한 달이 넘었다고 물이 말랐다. 폭포는 조용히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고 있었고, 용소는 차분하게 그 물을 받아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물이 많이 흐르진 않아도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한 주변 나무와 하얀 바위가 어우러진 용소(龍沼)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한 녹푸른색이다. 

▲ 8월 적목용소(사진 출처 : 2013년 8월 21일 한겨레신문)

적목용소에는 전설이 있다. 깊은 늪에 이무기가 살았다. 이무기는 천신만고 끝에 용이 되었다. 하늘로 오르다 한 여인에게 들켜 놀라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진 곳이 패여 용소가 되었다고 한다.

적목용소에서 적목은 붉은 나무를 뜻하는데 가을 단풍을 말하는 것 같다. 아직 단풍이 완연히 들지 않아 단풍과 어우러진 진경을 보지 못해 좀 아쉽다. 적목용소에서 가까운 '무주채폭포'도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없었다.

▲ 8월 무주채폭포(사진 출처 : 2013년 8월 21일 한겨레신문)

도로에서 적목용소로 넘어가는 다리에 ‘더 이상 이곳을 넘지 마십시요’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무주채폭포로 가는 길 초입에 있는 철망이 부서지는 등 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내년이면 주차장 공사도 끝나고 장마와 태풍에 무너진 길도 정비될 거다. 내년 가을이 무르익었을 때 꼭 다시 오고 싶다.

적목용소만 보고나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가평 북단은 석룡산, 화악산, 강씨봉, 명지산, 연인산, 운악산 등 산 천지다. 중간에 만나는 아무 산이나 들어가자 하고 가평 방향으로 내려갔다. 처음 만난 곳이 '조무락계곡'이 있는 '석룡산(石龍山)'이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경계에 있는 석룡산(石龍山)은 산 정상에 용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이름 지어졌다고도 하고, 조무락계곡이 마치 용트림하듯 구불구불 이어진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도 한다. 조무락계곡은 계곡이 통바위 하나로 만들어졌다. 계곡 전체 바위가 하나의 바위라니... 신기하다. 큰 바위 하나가 갈라지고, 쪼개지고, 패이고, 굴러가고, 닳고, 모이면서 이런 아름다운 계곡을 만들었다. 위대한 자연의 능력이다.

▲ 조무락계곡 작은 폭포와 담소

3코스를 선택하면 초입부터 거의 3km지점에 있는 '복호동폭포'까지 작은 폭포와 담소가 계속 이어지면서 콸콸 졸졸졸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할 수 있다. 조무락골의 뜻은 새들이 조잘(조무락)거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아마도 조무락계곡을 끼고 걷는 내내 들리는 물소리가 새소리와 어우러지면서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조무락계곡에 사는 어떤 이들은 조무락을 鳥儛樂이라고 써붙여 놓기도 했다. '새가 춤을 추니 어찌 즐겁지 않을소냐'라고 해석해도 되나? 

1,155m 정상까지 순환 거리는 10km다. 넉넉히 잡으면 산행시간은 4~5시간 걸린다. 복호동폭포를 보고 싶었지만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3코스 1.5km까지 1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했다. 길이 편해 연인끼리 손잡고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 딱 좋은 곳이다. 이곳도 나중에 하루 종일 시간 내서 다시 오려 한다. 정상 용바위를 찾아 꼭 인사하고 싶다. 막상 만나보면 "애걔걔? 이게 용바위야?"하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ㅎㅎㅎ 산을 다녀보면 한국 사람도 과장이 대단하단 걸 알게 된다.

어제 호명호수에서 만났던 꽃향유를 또 만났다. 꽃향유는 군락을 지어 핀다. 오늘은 해가 좋아 나비가 날아와 앉았다.

무슨 들국화일까? 잎만 보면 잎 표면이 까칠까칠한 까실쑥부쟁이 같은데 꽃잎 끝이 뾰쪽하니 전형적인 까실쑥부쟁이 꽃잎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이럴 땐 그냥 들국화라고 하면 된다. ㅎㅎㅎ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어딜 또 가볼까?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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