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서로에게 배우다

개미가 일을 열심히 하여 추운 겨울철을 따뜻하게 지낼 때 놀기만 좋아하던 베짱이는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겨울이 지나 다시 봄여름이 왔을 때 베짱이는 그냥 놀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공연을 하여 돈을 벌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이 되어도 굶지 않고 개미보다 더 풍족한 삶을 살게 되었다. 이를 지켜본 개미는 다음 해 봄에 베짱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만 하던 개미는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어 공연은 실패로 끝났고, 겨울이 되자 추위와 배고픔에 시름시름 앓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개미는 자신의 장점을 버리고 섣불리 남을 따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개미와 베짱이의 결혼

서로를 우습게보던 개미와 베짱이는 이제 서로의 장점을 보며 좋아하게 되었다. 둘은 서로의 매력에 빠져 결혼하기로 하고, 행복한 신혼의 꿈에 잠겼다. 하지만 그 꿈이 깨지는 데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생활습관이 다르고 사고방식도 달라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혼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 첫째는 외모는 개미였으나 베짱이 기질을 타고나서 개짱이라고 이름 지었고, 둘째는 베짱이처럼 생겼으나 개미 같은 성품을 타고나서 베개미라고 이름 지었다. 쌍둥이를 낳은 개미와 베짱이부부는 마음을 합쳐 다시 잘 살아보기로 작정했다.

▲ 베짱이 - 사진출처 Pixabay

개미족과 베짱이족의 기원

개미와 베짱이는 원래 한반도에 살기 전에 대륙에서 살았었다. 그런데 대륙에 살던 개미가 어느 날 중원개미들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말았다. 할 수 없이 한반도로 밀려와 오늘의 한반도 개미가 되었다. 한반도에 머물게 된 개미들은 대륙을 지배하던 시절을 그리워했지만 세월이 지나며 차츰 잊기 시작했다. 반면 대륙에서 살던 베짱이는 중원베짱이에게 밀리지 않았다. 중원베짱이들과 싸우지 않고 그 기질 그대로 함께 놀며 지냈다. 그러다가 대륙에서 밀려난 개미와 함께 한반도로 내려왔다. 한반도 개미는 대륙의 기억을 잊었지만 베짱이는 대륙에서 지내던 추억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베짱이의 몸은 한반도에 있었지만 마음만은 대륙의 기질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개짱이와 베게미의 충돌과 갈등

한반도 개미와 대륙의 베짱이가 낳은 개짱이와 베개미는 개미와 베짱이의 장점을 타고났지만 그 단점도 물려받았다. 그들이 성인이 되자 서로를 적폐라고 부르며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베개미는 개짱이가 개미처럼 생겨가지고 일도 못하고 놀기만 좋아한다며 집안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개짱이는 베개미가 베짱이처럼 생긴 주제에 노래와 춤도 못 추고 둔한 몸으로 일도 엉성하게 한다며 척결해야 할 집안의 적폐로 몰아갔다. 개미와 베짱이 부부 집은 이들 쌍둥이 자녀로 인해 한시도 집안이 편할 날이 없었다.

개짱이와 베개미의 성찰

연일 쌈박질로 세월을 보내던 개짱이와 베개미는 어느 날 문득 자신들이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상대를 헐뜯기만 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이 베짱이처럼 멋진 날개와 길쭉한 다리가 있어야 잘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개짱이의 노래는 베짱이와는 다른 은은하고 독특한 맛이 있었고 개미의 모습을 한 개짱이의 춤 또한 베짱이와는 차별화된 애교스런 자태와 율동을 선보이고 있었다.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개미처럼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베짱이처럼 천천히 몸을 움직여가며 큰 동작으로 일하는 것도 그리 성과가 나쁘지는 않았다.

▲ 음악 개미의 연주 - 사진출처 Pixabay

대륙의 개짱이와 대륙의 베개미로 거듭난 꿈과 사랑

서로의 단점을 비난하며 갈등을 빚었던 개짱이와 베개미는 이제 서로의 장점과 매력을 적극 살려 협치와 협동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로 결심하였다.

개미의 외모와 베짱이의 유전인자를 받은 개짱이는 베짱이와 협연 공연을 하기로 했다. 음악 공연이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의 개미들과 베짱이들에게 폭발적인 호응과 찬사를 받으며 베-개 신드롬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베짱이 빌보드 차트에서 7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역대급 밴드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한편 베짱이의 외모와 개미의 일하는 본능을 물려받은 베개미도 개미와 힘을 합쳐 일을 하기 시작했다. 베개미는 작은 개미가 하기 어려운 큰 물건들을 움직일 수 있어서 개미와의 협동 작업은 그야말로 환상의 짝꿍이 따로 없었다.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면서도 짜임새 있는 우아한 마무리로 인해 전 세계에서 주문이 밀려들어와 머지않아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이리하여 경제와 문화의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게 된 개미와 베짱이 부부집안은 기어이 대륙의 꿈을 이루어 평화와 변영을 누리며 서로 사랑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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