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설명은 날씨가 좋을 때 노를 젓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 파도가 심할 때 노를 젓는 방법을 살펴보자.

돛으로 항해하기 어려울 땐 노를 저어서 나아가야 한다. 아마도 돛단배를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배가 북쪽을 향해서 가야 하는데 북풍이 분다고 가정하자. 만약 조류의 방향도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면 노를 저어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조류의 방향이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면 노를 저을 수 있다.

파도 속에서 노를 저으려면 배에 노가 최소한 3개는 장착돼 있어야 한다. 우선 돛대 등을 눕혀서 바람의 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인다. 노를 저을 땐 날씨가 좋을 때처럼 저으면 노가 다 부러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상 노련한 뱃사람이 아니고선 쉽지 않은 일이다.

파도는 앞에서 오기 때문에 이물이 위로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물도 마찬가지다. 이물이 올라갈 때 노를 저어야 한다. 반면 이물이 내려갈 때는 노를 저어서는 안 된다. 노의 잎에 걸리는 물로 인하여 노가 부러지거나 노 반드레가 끊어져서 다치거나 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물이 아래로 내려갈 때는 노에 물을 털어버려야 한다. 즉, 노를 옆으로 해 노에 물이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파도가 심할 땐 가까운 섬으로 피항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거 대다수 뱃사람은 피항을 택하기보단 위험을 무릅쓰고 귀항하려고 했다. 당일 잡은 고기를 어서 돌아가 팔아야 족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휴대전화는커녕 일반전화도 없는 세상이었으니 약속 시간에 돌아오지 않으면 생사를 몰라 마음 졸일 가족을 생각해서였기도 했을 테다. 그래도 당시 어부들은 믿을 건 사람의 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면서도 해난사고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반면 요즘은 기계의 힘만 믿고 무리한 항해를 하기 때문에 해난사고가 잦은 것 같다. 여기서 소위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편집: 정지은 편집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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