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서

           - 이기운

 

산골집에서 불 때고 살았다

숲길을 걸을 때

마른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면

어찌하든 끌고 와서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폈다

그때 필요한 것이었다

 

이사 와서 기름보일러 집에 산다

숲길에 산책 가서

마른 나무를 보았는데

이제는 필요치 않다

 

인생이란 그런 것

어제 혹은 오늘 필요한 것

목마른 것

가지고 싶은 것들도

내일은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을

 

도깨비바늘 같은 미련에

얼마나 많이 시달리고

얼마나 오래 아팠는지

 

계절은 바뀌고

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간다

 

조금만 더 참자

도상에 있어 고단한 그대

목마른 젊음이여

다 괜찮아진다

다만 참되게 사랑하지 못한 것을 뉘우칠 뿐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

내 곁에 있는 것들 모두

내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네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한 뼘 가량의 푸른 하늘만이

내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아

주저앉지 말고 계속 걸어가

길이 끝날 무렵이면,

너도 알게 될 거야

온몸이 저리도록 버티던 날들도

아픈 사랑으로 비틀대던 시간도

고요한 그리움의 시간이 되는 것을
 


편집, 사진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이기운 주주통신원  elimhi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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