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를 가리키는 어휘

어선(御船), 대선(大船), 도해선(渡海船), 벌선(筏船), 도선(舠船), 소선(小船), 신행사선(信行使船), 부선(夫船), 원선(元船), 일본선(日本船), 전선(戰船), 조선(朝鮮)배, 표류선(漂流船), 해적선(海賊船), 호송선(護送船), 예선(曳船) 등이 있다. 이들 중 특히 예선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배는 오늘날의 예인선(曳引船)을 말하는 것인데, 당시에도 예인선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2) 부재별, 배의 명칭

아래의 명칭들 중 괄호 안은 현재 사용 중인 명칭임을 밝혀둔다.

江다리(강드레), 개롱(고부랭이, 옥개롱, 늑골), 고물(선미), 고물대(고물돛대, 뒤돛대, 허리돛대), 고물 돛(선미 돛, 허리 돛, 뒤돛), 길널(골널), 노저지(노좆), 니물(이물, 선수), 니물대(이물 돛대, 앞돛대, 양호 돛대), 노족목(櫓足木), 닷, 닷가지, 닷줄, 마로줄(돛대를 잡아주는 줄, 총줄, 모리줄), 쇠닻(철닻), 용승(龍繩, 도르레 줄, 용두 줄), 철정(鐵碇, 쇠닻), 타목(柁木, 치나무), 타판(柁板, 치분), 통문(通門, 배의 맨 뒤쪽), 고드래 (椽木, 서까래), 활죽(弓竹), 연훈(煙燻), 거인木 등이 있다.

▲ <그림 68> 강드레
▲ <그림 68-1> 항해중인 연승어선

여기서 중시할 부분이 있다. 거인木이라는 명칭이 나오는데, 이 책의 259쪽의 희귀어 40번 문항을 보면 거인목이 없이는 연훈을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의 배가 얼마나 큰 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10여m 정도의 배를 연훈할 때는 배를 어느 한쪽으로 기우러지게 고이고 연훈을 하였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거인목이라고 하는 것은 고임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연관 지어서 생각할 것은 긔다라는 단어인데 전라도 방언으로 고이다를 괴다라고 표현한다. 또 구수리다는 이곳의 방언으로 그을리다를 끄실(슬)린다고 말을 한다. 이 괴다라는 표현이 배가 첨저형 또는 유선형이었기 때문에 배를 고여 주는 역할을 하는 고임목이었다고 본다.

이밖에도 각종 줄의 종류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다.

즉 닷 버리, 닻줄, 고물 줄이 있는데, 이 모두가 배를 묶어 둘 때 쓰는 줄이긴 하지만, 이것들을 정리하면 닻에 메어진 줄을 닻줄이라 하고, 배에서 육지로 메는 줄을 버리줄(고물줄)이라고 한다.

만약 닻 버리라고 한다면 닻줄과 버리줄을 한데 묶어서 하는 말이 된다.

줄의 종류에서도 짚줄(볏짚으로 만든 줄), 종려(棕梠), 산마(山麻), 열마(熱麻) 줄 등이 사용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명칭들은 어디까지나 전라도에서 쓰던 명칭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기록으로는 󰡔증정교린지(增正交隣志)󰡕 세견 제1선 송사(歲遣第一船送使)에 실었던 품목을 보면 황죽(篁竹) 42개, 고초(藁草) 26동(同), 초둔(草芚) 10번(番), 초석(草席) 5립, 숙마줄(熟麻乼) 1장(張), 산마줄(山麻乼) 1장, 갈줄(葛乼, 칡줄) 1장, 범죽(帆竹) 1개, 장판(長板) 1립, 철정(鐵釘) 20개, 질정(蛭釘, 거머리 닻) 15개이다.

이렇게 닻이나 줄을 싣고 다녔던 것은 모두가 예비용이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어선들이나 대해를 항해하는 배들은 모든 것을 예비용으로 가지고 다니고 있다.

특히 닻을 35개나 싣고 다녔던 것을 보면 급할 때는 닻줄을 잘라 버리고 가는 때도 있다고 하는 말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앞에 나오는 명칭에 있어서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한 예로 같은 부재를 놓고 전라도 지방에서는 배의 타(柁)를 치라고 하는데 경기도에서는 키라고 부른다. 이렇듯 각 지방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데 이것이 그 부재의 고유 명칭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즉 이것은 어느 지방에서는 이렇게 부르고 또 다른 지방에서는 이렇게 부르더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조선시대인 1900년대에 일본인들에 의하여 조선 8도의 어선을 조사해 놓은 <어선조사보고서>(중앙도서관소장)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에는 각 도별로 이러한 것들이 조사되어 있으며 배의 도면까지도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자료가 있음에도 이것을 인용하여서 책을 썼으면서도 출처도 밝히지 않고 마치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낸 것처럼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던 중 대불대학교 박근옹 교수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을 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 <표 1>  조선시대의 부재별 명칭
이 표의 명칭들은 일인에 의하여 조사되어 일본식 표기가 많음.
출전: 어선조사보고서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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