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점심저녁처럼 일정한 때에 먹는 밥을 끼니라 하고, 일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에 먹는 간단한 음식을 새참이라고 한다. 정겨운 단어이면서도 아련한 슬픔, 향수가 배어있다. 어른들로부터 전해들은 보릿고개의 힘겨움, 함지박을 머리에 얹고 논두렁을 걷던 모내기철의 어머니, 벌컥벌컥 막걸리를 들이켜고는 크! 하고, 입가를 훔치던 할아버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경애사장님은 오랫동안 출판사에 근무하던 중에 우연히 현재의 가게를 보고, 식당을 열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 출판사에 사표를 내기도 전에 덜컥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장사를 시작한 게 광우병촛불집회가 한창인 2008년인데 늘 광장에서 살았다. 가게는 문만 열어두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장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던 그땐 김치랑 단무지만 놓고 장사할 생각을 했었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의식을 했는지 확인하진 않았지만 그런 용기 뒤에는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이든 만들어 먹이는 걸 좋아한다는 사장님.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말을 듣고 슬쩍 몽니를 부려봤다. “그럼, 요리에 대한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 난 거군요?”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웃으면서 그렇다 한다.

새참과 끼니의 주요고객은 시민운동가들이다.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세월호유가족과 관련 신부님들, 기자, 언론노조, 민언련, 4.16포럼, 새언론포럼, 비정규교수노조, 민노총관계자들이 밥을 먹고, 힘을 낸다. 피켓과 플래카드 등을 맡겨놓기도 하는데 작은 공간이나마 내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한다. 이렇듯 시민동가들의 아지트처럼 사용되기는 하지만 공무원과 경찰 등 손님의 층이 다양하다.

껄끄러울 수 있는 관계지만 공무원들도 예전과는 달리 무조건 비판적이지는 않아 충돌은 없다고 귀띔한다. 가끔 한겨레를 보고, “왜 이딴 걸 보느냐? 빨갱이냐?”하고 시비 거는 어른들도 있는데 그럴 때는 단호하게 나갈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분에게 다음부터는 가게에 들이지 말라고 얘기한다. 참고로 사장님은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 그렇게 한다고 한다.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늘 고민한다는 사장님은 한겨레의 창간독자다. 식당 벽에 걸려있는 도종환시인의 시 담쟁이가 사장님의 신념을 웅변하는듯하다. 그런 사장님께 한겨레의 장단점과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 여쭤봤다.

통신원이 이경애사장님을 인터뷰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 경. 거의 유일하게 짬이 나는 시간이라 그 시간대에 겨레를 살펴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휴일 전에 일주일치 신문 모아가서 찬찬히 읽는다. 그리고 가끔 식당바닥에 깔아놓고 쓸 것을 다른 가게에서 얻어오는데 주로 조중동이다. 때때로 그것도 읽어보는데 ‘조중동이 한편으로 치우친 것처럼 한겨레도 한편으로 쏠린 게 아닐까? 내가 조중동을 보고 울컥하는 것처럼 다른 분들도 한겨레를 보고 그렇지 않을까?’ 걱정이 된단다. 한겨레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런 걱정도 한다는 말은 이미 사족이다.

음식을 준비해서 맛있게 먹는 걸 보고 희열을 느끼는 모습이 우리네 어머니들의 넉넉한 마음을 닮았다면, 아닌 건 아니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부분에선 강단 있는 여장부의 면모가 엿보인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 영업시간보다 6시간이나 이른 새벽 5시 30분이면 출근한다는 얘기에선 기품 있는 장인의 정신이 느껴진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새참과 끼니’라는 단어를 다시 곱씹어 봤다. 언제라도 배고프고, 지친 이들에게 밥을 먹여주겠다는 뜻일까? 하다가 불현 듯 ‘사랑은 밥’이라고 노래한 고 김남주 시인이 생각났다.

※참고
새참과 끼니 02-720-2246,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시 종로구 도렴동 60번지 도렴빌딩 지하 7호.
건물을 중심으로 하면 정부종합청사 별관 뒤, 종교교회건물 옆이 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법정 공휴일은 휴무일이다.

▲ 종합청사별관 쪽의 입구
▲ 종교교회 옆의 입구
▲ 오후 서너 시 경이 신문보는 시간. 얼굴을 공개하는 건 한사코 사양하셨다.
▲ 한겨레21.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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