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낙엽의 땅

 

                - 이 기 운

 

그들이 침 뱉고 밟으며 지나간 땅에
풀이 자란다

 

가난한 자를 외면하고
외로운 자를 괄시하는
제사장과 선지자들이여
부자와 힘센 자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종일 떠들면서
약한 자의 신음에는 귀를 막고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았지

 

그들이 침 뱉고 밟으며 지나간 땅에
너는 눕는다
손에 물마를 날 없이
힘겹게 서 있는 그대
울면서, 자기 설움에 울면서도
버림받은 자 병든 자
눈물을 닦아 주던
마리아 같은 누이여
말없이 둘러서서 널 보고 있는 자작나무들이
손 내밀듯 떨어뜨리는
마른 잎사귀 하나
하늘에서 오는 목소리
너를 향한 미소

 

오만한 자들은 결코 볼 수 없으리
네가 보는 하늘을
그들은 결코 알지 못하리
네가 누리는 그 땅의 평화를

 

아, 낙엽 하나는 얼마나
무겁고 무거운가
하늘이 내려오고
땅은 일어선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이기운 주주통신원  elimhill@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