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아침, 작은 경외심

그 날 아침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비라고 부르기에는 부끄러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차창을 가릴만큼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저는 안개에 싸인 아침풍경에 절로 ‘우와’하는 소리를 내며 출근했습니다. 반복적이고 건조한 일상, 무미건조한 마음에 와닿는 싱그러움은 마음속 깊이 기쁨을 꺼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저 말고도 아쉬운 이 비를 기뻐하는 생명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는 기쁨을 나처럼 ‘우와’하고 표현하지 못합니다. 대등한 생명의 입장에서 저는 그가 기뻐하리라고 추측합니다. 그는 제가 일하는 작은 공장 뒤편에 자라고 있는 이름모를 나무입니다. 우리가 ‘잡목’이라고 부르는 것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 작은 나무는 굴뚝을 마주하고 자라왔습니다.

저는 그가 외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여느때처럼 달구어졌던 여름, 그 뜨거움 속에서도 그의 곁에는 잡초 몇 본이 같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공장 뒤편에 자욱한 연기를 매일 마시면서도 자라났습니다. 마스크를 쓰고서도 감당하기 힘든 연기였습니다. 뜨거웠던 계절이 지나면서 여린 풀잎들은 사라졌습니다. 가녀린 가지라도 있는 그는 찬바람을 이겨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습관처럼 뒷문을 열고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얇은 빗줄기, 미약한 바람에 흔들리며 그는 온 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마치 제가 ‘우와’하고 기쁨을 표현하는 것처럼, 여린 가지에 달린 잎들이 통째로 파르르 춤추듯 떨었습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그가 기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삶은 버겁습니다.

그래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그를 보며 저는 작은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다가올 겨울, 그가 잘 버텨내기를 바랍니다. 제가 그래왔던 것처럼,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러할 것처럼. 다음에 다시 내릴 빗방울을 기대하면서.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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