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길을 가지 않더라도 사랑은 계속되는가

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

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봐

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르다

우연히 한 교차로에서 멈춰서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

안녕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봐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

 

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오래 고통스러웠지

 

아, 신호가 바뀌었군

다음 만날 지점이 이 生이 아닐지라도

잘 가, 내 사랑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양 애경,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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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는 항상 교차로에서 만났다.

시인은 사랑이라 얘기하지만 다음 약속을 다음 생으로 정하는 처연함만 아니라면, 나는 그것을 '인연'이라 읽어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 ‘인연’ 또한 나란히 같은 전경을 볼 필요도, 하나만 있어 영원히 계속될 것도 아닐 것이며, 무엇보다도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이 그려준 교차로보다 우리는 더 많은 교차로를 알고 있으니 매일같이 차창을 내리고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 웃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 멎어있는 교차로를 보고 싶을 때가 가끔 있었다

그러다 신호가 바뀌고 나면 우리는 방금 전의 일들을 까맣게 잊고서 교차로를 지날 것이다. 차창을 내려 버린 채 방금의 미소를 까맣게 잊고선 가던 길을 재촉할 것이다.

그래 우리가 정말 사랑한다면 같은 길을 가지 않더라도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언젠가는 교차로에서 만나더라도 ‘사랑’을 얘기해주길.

그 언젠가가 살아있는 동안 오지 않더라도 사랑은 계속될 터이니.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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