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성북동시민사랑방에서'동학혁명실천시민행동' 번개모임이 있었습니다.

한분 한분이 귀하고, 소중한 분들이지만 그중에 유독 눈길을 잡아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위원장님과 함께 참석한 정애정씨입니다. 꾸준히 활동하지 못했음에도 워낙 유명한 분들인지라 대부분은 낯익은 얼굴이지만 그분만은 생소했거든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황민웅씨의 미망인으로 8년째 투쟁 중이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부끄러워졌습니다. 나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들을 때만 기억하고, 곧 잊어버리는 대중과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자괴감때문입니다.

오는 23일 오후 5시. 삼성본관 앞에서 고 황민웅씨의 추모제가 있다면서 꼭 와달라고 반복하는 걸 듣고,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면 싶었습니다.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뜰 때 두 돌을 갓 넘긴 큰 아이와 막 태어난 작은 아이가 이제는 초등학교 4학년과 6학년이 되었지만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합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산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인 권오현씨가 사과하고, 대화테이블로 나왔지만 진전이 없다고 합니다.  

"삼성에서 일하다 죽었어도 비정규직은 책임지지 못한다", "교섭기간이 길어지니까 일단 보상부터 하겠다" 지만 보상받은 상태에서 협상이 힘을 받겠냐?고 묻는 김성환위원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삼성의 야비하고, 기만적인 술책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때 반도체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선망의 대상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 회사직원들은 연봉이 얼마인데 해마다 보너스도 수 백%를 받는대.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한단더라." 그 돈이 생명을 갉아먹는 댓가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여전히 무노조입장을 고수하며 노동자를 착취하는 삼성의 관심사는 오로지 세습경영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3일 오후 5시, 삼성본관 앞의 황민웅씨 추모제에 많이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강남역 8번 출구랍니다. 저도 꼭 참석하겠습니다.

▲ 증언 중인 정애정 씨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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