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의 슬레이브인가!!

    아메리카 솔져 아웃!!

어제는 시민행동 원탁회의에 참석 좀 해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서울을 다녀왔다. 우선 양주까지 가서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탔다. 9시 정도 시각이어서인지 낮 보다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자리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노인석에 앉았다. 시반에 올릴 내용이 있어서 문자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조용하던 실내가 떠드레 하다. 대체 누가 떠들지?

사람들 사이를 휘둘러보니 미군들로 보이는 청년인지 장년들이 대여섯 낄낄거리며 지하철 한 칸을 전세 낸 듯 떠들고 있었다. 소리가 아주 큰 것은 아니었으나 코로나 이후에 내국인들은 이제 습관이 된 듯 숨소리조차 없다. 대체 여간한 용기가 아니면 누가 그렇게 조용한 실내에 소리를 내랴!

미군들 떠드는 소리에 대체 글을 읽을 수가 없다. 대여섯 정거장을 참으며 버텼다. 내국인들이 전화를 받거나 떠들었으면 당장 누가 신고를 했는지 방송이 나오거나 지하철 경찰이 출동할 텐데 세상에 열 정거장이 지나도록 미 병사들 떠드는 꼴만 영화를 보듯이, 라디오를 듣듯 지하철 실내는 조용히 귀 기울이고 있었다.

이것들이 저네들이 아직도 정복자 나라의 백성인 줄 아는 모양이지? 거들먹거리며 떠드는 용기라니. 대부분 한국인들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까막 귀, 라고 단정하고 저들은 맘 놓고 떠드는 중일거다. 아니면 살인을 해도 벌을 받지 않는 소파협정이 있으니 누구든 덤벼 봐라, 그런 심정으로 만용을 부리고 있는 지도.

  "놈들아! 너희들 75년 동안 우리가 벌어먹이고 있는 거 알지? 남의 나라 전쟁 일으켜 타민족 학살해서 먹고 사는 것들이 어디서 거들먹거리고 있어!"

되도 않는 영어는 용기가 없고 지하철 경찰 전화번호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112로 신고했다.

”지금 녹천을 지나고 있는데 미국 병사들 대여섯 명이 너무 떠들어요. 빨리 출동해 주세요. 1호선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미군은 철수하라! 워킹그룹 해체하라, 고 백번 외치는 것도 좋지만 이들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들볶는 것도 우리 의사 표현의 하나일 것이다. 내 행위에 당위를 설정하며 나는 경찰이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석계를 지나고 외대 앞을 지나도 경찰은 오지 않는다. 다시 112로 콜을 한다. 이 경찰들도 노예근성으로 미병사라니 아예 출동을 안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미쳐 떠올랐다. 다시 콜을 했다. 회기를 지나고 있다고 전화로 알린다. 그러나 경찰은 오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으쓱대며 떠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겨우 청량리를 지나 제기동을 향해 갈 때 경찰이 출동했다. 미 병사들을 거쳐 경찰들이 내 앞으로 오는 동안 떠들던 병사들은 당연히 잠잠하다. 내게 신고한 장본인이냐고 묻는다. 왜 신고를 했냐는 투다.

"이렇게 조용한 실내에 이 미국 병사들만이 의정부에서부터 여태 떠들고 낄낄거렸다. 내국인들이 조금만 전화를 받아도 곧바로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하고 방송이 나오는데 대체 이 실내에 있는 승객들 노예근성 아닌가. 저들도 알 텐데 아무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이 병사들 얼마나 우리를 깔볼 것인가. 더구나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 우리나라 국민들 노예근성을 일깨우기 위해서 내가 대표로 신고했다. 대체 왜 이렇게 늦게 출동하느냐. 이들이 벌써 내렸으면 나만 우스운 꼴 될 뻔하지 않았는가!"

조금 창피하고 우아하지 않은 중늙은이가 되었지만 내 행위에 대해 각성하는 사람들 몇은 있었으리라고 자부하며 오그라든 마음을 폈다. 경찰을 기다리며 큰 소리는 아니지만 중얼거렸다. 현대사를 모르는 혹은 부정하는 이들을 계도할 수 있는 순간 을 포착해야 한다.

"뭐가 잘났다고 남의 나라 전쟁 일으켜 타인종 학살하고 공갈 협박해서 먹고 사는 민족이 제법 우수한 민족 인양 만용을 부리며 남의 나라 지하철에서 떠들어 떠들길......"

그들에게 주의를 주고 경찰들이 종로 5가에서 내렸다. 다음 정거장 종로 3가에서 병사들도 내린다. 제일 떠들던 놈이 뒤를 돌아보며 내린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법이다. 소파협정은 완전 노예법이라는 거 아닌가. 동두천에서 흔히 일어나던 미 병사 술집 살인사건, 그뿐인가. 효순이 미순이가 떠올라 꾹 참고 있던 나는 그제야 그들 뒤에 소리친다.

"아메리칸 솔져 아웃! 유어 컨트리 이즈 코리아 슬레이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양식으로 사고하고 구미에 물들었다. 50,60세대부터 우리 정신은 물론 습속까지 속속들이 그들을 따랐다. 그들 상륙 초기에는 우리의 구세주인 줄 아는 시기도 있었다. 입을 벌렸다 하면 팝송을 질겅거리고 씹지만 그들의 정체를 안 이상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고 소리친다.

미국에게 75년이었으니 75년일까? 그럼 일제는 어쩔 것인가. 75년 더하기 35년은 110년 아닌가. 1세기가 넘으면 양색과 일색을 벗을 수 있을까? 양색은 괜찮고 왜색은 나쁜 것인가. 우리 모르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서구의 사조, 미국 편향, 미국의 의식을 어쩔 것인가. 우리 앞 세대는 그래서 일본 편향, 일본 취향, 친일본 개념의 자연스런 형성을 우리는 토착왜구 친일파 하는 것인가.

문화와 예술은 국경을 넘나들고 사조를 넘어서고 사상과 철학도 시대와 다른 문명권을 타고 넘어 더한 진보를 향해 발돋움 하는 것이다. 또한 어느곳이든 지정학적으로 자생된 문화와 예술에 높낮이는 없으며 고유하고 존엄한 것이다.

지역민이 살아내기에 절실했던 삶의 방편들이 기후와 바람과 토양의 색을 입고 소리를 담고 형체를 만들어 몸짓으로 조형으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언어로 글과 말로 생활의 습속으로 면면히 이어져 역사와 시대에 이바지하는 것이 문명과 문화이며 예술이다.

해방과 함께 밀어닥친 미 군정과 함께 홍수처럼 밀려 들어온 양색들. 50, 60세대 이후로는 김홍도 박수근은 몰라도 인상파 그림을 좔좔 외고 팝과 서양 클라식 등에 침몰 되어야 행세를 하던 시대가 있었다. 미 제국주의는 치밀한 시나리오로 우리에게 접근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부터 와해시키며 들어왔다.

국악은 몰라도 클라식 누구의 몇 악장과 현악사중주를 읊어야 지성적 문화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고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읊거나 말라르메나 악의 꽃을 옆에 끼고 걸어야 폼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팝이나 서양 클라식을 애창할지언정 미국이 1세기 가까운 세월 지구촌을 잡아먹는 일급 학살 전범 국가인 것을 용납할 수는 없다.

남북한 전쟁 도발을 끊임없이 조장하여 그간 천조에 가까운 우리의 피와 같은 재화를 삼킨 또한 계속 삼키고자 전작권을 주지 않는 미국은 우리의 동맹도 아니며 파트너도 아니다. 누가 부여하지도 않은 경찰국 행세를 하며 북한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방대한 감옥을 설정하고 한 인종을 아사시키려는 야만국 미국은 물러가라!

이제 태평양 하늘에 노을이 짙다. 타국과 이웃국에 빨대를 꽂아 자국의 번성을 기하던 시대는 지났다. 전쟁물자를 판다는 것은 인간 학살로 먹고 살겠다는 발상 아니고 무엇인가.

개성공단 넘어 백두산을 보며 달릴 때 평안도 함경도 사투리를 들으며 중국을 지나 티벳의 노래를 부르며 우리는 이란과 터키를 향해 어서 떠나야 한다. 유라시아 횡단 열차가 함께 떠나자고 베이징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다. 미군, 그대들이여! 드볼작의 고잉홈을 부르면서 이제 떠나라! 아메리카 솔져 아웃! 유어 컨트리 이즈 코리아 슬레이브! 오늘 세계 만방에 美國을 지구촌 전범국으로 고발하며 너희들에게 죽임 당한 지구촌 인구가 전범국 미국에게 하사한 이름 "Warmerica여 out!!"

                                               시인 소설가 필명 김자현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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