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날

평소 같다면 여느 때와 같이 똑같고 아무생각이 들지 않았을 출근길 아침,

이 날은 자욱하게 깔린 안개가 익숙한 출근길을 익숙하지 않게 만들었다. 자욱한 안개는 내 눈을 카메라처럼 만들어 주었다. 조금만 멀리 있어도 안개 속에 잠겨버리는 풍경 때문에 바로 눈앞에 있는 나뭇가지, 말라가는 이파리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늘 오던 장소 속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쉽게 사무실로 발을 옮기지 못했다. 거미줄에 맺힌 물방울 하나하나가 주는 아름다움, 안개 속을 날아다니는 참새, 축 늘어진 전깃줄, 그리고 그 밑을 지나가는 쓰레기수거차 마저 이렇게 멋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나는 디자인 전공자이자 예술가로서의 영감이 가득했던 대학시절을 그리워하곤 했다. 예전에는 느낄 수 있었지만... 쳇바퀴 같은 일상 때문에 지금은 느끼지 못하는... 감각이 있다고 불평했다.

이 날 만난 자욱한 안개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던 소중하고 다양한 감각들이 사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기 그대로 있었다고... 내가 마음이 바빠서 잠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염하경 주주통신원  duagkru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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