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길  


              - 이 기 운

 

친척집은 화전민촌 인적 없는 산속
험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
오 리 길인지도 모르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밤길은 십 리도 넘는 먼 길이었다
호랑이 나타나는 굽잇길 도깨비들 춤추는 언덕
산도적 웅크리고 있는 바위
뛰어 가면 그중 누가 쫓아올까
잰 걸음 총총거리며 가다 보면 달빛은 어지럽고
나무들은 누가 옷 벗어서 걸어 놓은 듯
미심쩍어 힐끗 뒤돌아보고 숨소리 죽이며
쿵쾅대는 가슴에 손을 얹고 허둥대다 보니
저 앞에 마을
켜진 듯 안 켜진 듯 어슴푸레
뉘 집 봉창 불빛이 보이더라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이기운 주주통신원  elimhi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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