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을 언제부터 사용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신라 때 이미 이슬람제국에 범포(帆布, 돛을 만드는 천)를 수출했다는 기록이 있다.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 제17권에 ‘무명 돛폭’이란 말이 등장하는 걸 통해 당시에도 무명천으로 돛을 만들었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신라선 한 척이 흰 돛을 달고 바다 입구에서부터 건너오더니 오래지 않아 돛을 돌려 만으로 들어왔다는 기록도 있다. 이를 통해 신라 때 돛을 만드는 천이 따로 있었을 만큼 돛 제작 기술이 발달해있었단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 그림1 사각 돛
▲ 그림2 삼각 돛

그림1과 그림2는 서양의 사각 돛과 삼각 돛이다. 둘 다 역풍 항해를 할 때는 사용할 수 없다.

▲ 그림3 중국의 돛
▲ 그림4 조선의 돛

동양 돛은 서양 돛보다 더 발전한 형태였다. 동양에서는 돛을 달고 역풍 항해를 하면서 대해를 누비고 다녔다. 그림3은 중국의 돛이다. 이 돛은 비교적 잘 만들어졌다. 다만 하활의 각을 전혀 잡지 않는 점이 아쉽다. 맨 밑의 활죽으로부터 위로 두 번째 활죽만큼만 각이 잡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림4는 조선의 돛이다. 그림4의 오른쪽 맨 밑에 늘어져 있는 줄을 ‘망머리줄’이라고 한다. 돛을 달아 올린 다음에 망머리줄을 당기면 돛에 각이 생긴다.

그림3과 그림4에 나타나 있는 두 돛은 아두줄이 활죽마다 매어져 있어 돛을 올리거나 내릴 때 엉킬 위험이 크다. 끌어당길 때 돛 전체에 인위적인 힘이 과도하게 가해지는 점도 바람직하지 않다. 돛이 많이는 끌려오지만 상대적으로 밀리려는 힘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림4를 보면 소위 ‘아디채’라고 하는 꼭짓점의 위치가 잘못돼 있다. 이럴 경우 끌어당길 때 밑에 있는 세 줄은 제구실을 못한다. 선장이 앉아서 끌어당겼을 때 아래에 있는 세 줄이 느슨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활이 끌리면서 아래로 내려온다.

▲ 그림5 현대의 돛
▲ 그림6 현대의 돛으로 항해 중인 배

우리 어민들은 긴 세월 동안 바다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항해에 적합한 형태로 돛을 개선했다. 그림6은 70년대까지 우리 바다에서 조업했던 연승어선(주낙배)이다. 그림5는 이 배에서 사용했던 돛이다. 현대 돛의 아두줄은 하나다. 돛에 활죽을 붙이는 방식도 달라졌다. 현대 돛은 하활의 각이 잡혀 있어 옛날 돛보다 더 많이 당길 수 있다. 또한 당겼을 때 하활에서부터 상활에 이르는 곡선이 아주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덕분에 밀리려는 힘보다 전진하려는 힘이 더 크다. 활죽의 간격도 옛날 돛은 모두 같았지만 현대 돛은 상활 쪽에 더 많은 공간을 둔다. 하활 쪽은 옆으로 밀리려고 하지만 상활 쪽은 바람을 가둬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이 크다. 이를 통해 현대의 배는 역풍 항해를 할 때 다양한 각도를 유지하고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 그림7 일본의 배

그림7은 일본 배의 돛을 보여준다. 그림 속 배는 임진왜란 당시의 안택선(安宅船)이다. 이 배의 돛은 활죽이 없는 사각 형태며, 뒤바람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배로 우리의 거북선과 겨뤘으니 대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진 출전: 세계의 역사를 움직인 배들/ 우리배의 역사/ 어선조사보고서/ 한국의 배/ 강진군청

편집: 정지은 편집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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