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 가슴엔 태극기 배지가 달려 있었다. 배지 단 이들의 면면을 보니 한 사람 건너꼴로 군 미필 혹은 병역 회피, 탈세 혐의자들이었다.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그랬으니, 조선이 망하자 일장기를, 해방이 되자 태극기를, 인공 치하에선 인공기를, 국군이 들어서자 태극기를 흔들던 이들이 겹쳐 보였다. 태극기는 그들의 가슴에서 조롱당하고 있었다."

25일(토)치 '곽병찬 대기자의 현장칼럼 창'코너의 ''국가'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라는 제목의 칼럼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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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말이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이겠는가. 영국 찰스 황태자는 공군조종사로 군복무를 하던 중 포클랜드 전쟁이 일어나자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도 비행기를 몰고 전장으로 출격했다. 왕세손 윌리암 역시 헬리콥터조종사로 다른 사람과 똑같은 조건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엘바섬에서 탈출한 나폴레옹이 유럽대륙을 다시 석권해나갈 때, 벨지움 남동부 워털루에서 영국의 웰링턴 장군과 저 유명한 워털루대전을 치렀다. 영국과 프로이센 등의 연합군이 승리했으므로 나폴레옹으로서는 마지막 전쟁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웰링턴은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워털루의 승리는 이튼의 운동장에서 나왔다.”고. 아시다시피 이튼은 영국의 귀족자제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이다. 기껏해야 징집연령도 못된 17세 또는 18세인 미성년자들이 자원입대를 희망했을 때, 귀족부모들은 국가를 구하기 위한 자식들의 용기를 결코 꺾지 않았다. 그들은 진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그들의 결단을 어떻게 볼까? 바보라고 할까? 의문이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은 어제도 오늘도 오대양 육대주에서 내려오는 날이 없다. 내일도 변함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기 때문이다.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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