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걸(55세), 경주 양남의 월성원자력 옆 마을 양북 출생. 그는 28세의 총각일 때 한겨레주주가 되었다. 겨우 6주를 가진 3만원의 소액(?)주주다. 소액은 적은 돈을 말한다. 3만원이 하찮은 돈일까? 낯선 사람이나 단체가 이 글을 읽는 이에게 잔돈푼인 3만원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면, 그저 쓸모없어진 10원짜리 동전 세 개를 미련 없이 던지듯, 그런 것인가?

나는 주주센터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단 1주를 가진 주주가 가장 소중한 주주일 수 있다. 왜냐면 한 됫박의 쌀을 살, 정말 여의치 않은 형편임에도, 한겨레 창간에 애틋한 마음을 바쳤을지 모른다. 그 마음의 중량을 천만 원과 대비해 저울에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 그런 셈법이라면 ‘진실의 편’을 자처하는 한겨레의 정신에 부합하다.

지난 토요일 저녁 경주 성호리조트에서 그를 만났다. 한겨레경주포항모임 조기현 회원(경주고등학교 국어교사)의 소개였다. 경주문인협회 가입 관계로 만난 자리였고, 그가 한겨레주주임을 알았다. 당시 실업자였던 그는 마을에서 한참 떨어져 버스로 가야하는 감포수협에서 3만원을 입금했다.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바른 세상을 만든다는 이에게 그는 희망을 송금했다. 수협창구의 아가씨가 “빨갱이 신문”을 운운했을 때, 그의 가슴은 정말 붉어졌다. 반칙으로 점철된 역사를 바꾸고 싶은 열정이었다.

▲ 1일(토) 경상북도 국어교사 600여 명 중 250명이 참석한 워크샵이 경주 성호리조트에서 있었습니다. 다른 볼일로 들렸다가 합석한 자리에서 한겨레 창간주주 2명을 만났습니다. 사진 왼쪽 앞 정현 소설가 (본명 정현걸), 오른쪽 앞은 울진고등학교 서정우 교장선생님. 두 분 다 한겨레 주주입니다.

그의 주소는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636번지다. 이 주소지에서 25년 째 살고 있다. 아주 시골에 사는 그는 한겨레신문을 보는 일이 순조롭지 못하다. 한겨레21을 구독하다 그마저도 끊었다. 현재 그는 인터넷에서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한겨레를 아직 놓치지 못한다.

그는 문학을 꿈꾸는 청년이었다. 그래서 8년 간 근무한 은행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해변의 촌놈인 그는 본격적인 문학을 공부하려고 서울로 갔다. 서울에서 그는 문학보다 먼저 민주화운동을 배워버렸다. 1987년 6월 항쟁의 물결에 스스로 한 방울 물로 스몄다. 명동성당에서 그는 문학보다 앞선 역사의 가치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의 명함에는 “진솔 수오지심”이란 글귀가 있다. 현재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다. 월성원전·방폐장특위 위원장, 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 동경주경주월성원전·방폐장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한 마디로 이 남자, 돈 안 되는 일만 하고 산다. 대신 돈으로 살 수 없는 역사가 되고 있다.

사내 연애로 결혼한 부인은 은행지점장으로 퇴직해, 지금은 은행의 감사팀장으로 근무한다. 가장이 된 부인을 두었기에 그는 사회감시자인 운동을 마음 놓고 한다. 그야말로 각시 복이 ‘대박’난 신랑이다. 비록 살림을 아내에게 맡겼지만 노름을 하거나 바람을 피운 건달이 아니기에 아이들을 잘 키웠다. 아들은 유니스트대학원(구,울산과학대) 석사과정에 있고, 딸은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4학년이다. 완전 촌에서 자란 아이들치곤 공부를 잘했다며 그는 겸손해했다.

그도 뒤늦은 문학공부를 포기한 것이 아니어서 문학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 『참여문학』에 단편 ‘행복에너지’로 등단(필명, 정현)해 늦었지만 꿈을 이루었다. 장편소설 ‘판도라의 항아리’를 발간했으며, 현재 『참여문학』에 연재 중이다. 몹시 분주한 가운데 『경북연합일보』에 사설도 쓴다.

문학과 환경운동을 병행하는 그는 자칭 합리적 진보다. 아직도 그를 빨갱이로 보는 시골에서 그는 세상을 어느 한 편으로만 보는 편협함을 싫어한다. 반대를 위한 비판은 자칫 왜곡으로 위험하다. 그래서 그는 가난한 문청의 풋사랑 같은 한겨레에도 정중동한 자세를 주문한다. 그리고 아무리 적은 금액의 주주지만 주식에 관한 관심은 주주의 자부심과 상통한다. 주식배당은 어떤 절차로 언제 어떻게 지급되는지, 주식을 얼마나 철저히 관리하는지 모든 게 궁금하다. “아직도 여전히 한겨레는 적자인가요?” 그는 이렇게 물었지만 나는 적확한 답을 못했다. 실은 주주통신원인 나도 잘 모른다. 주주가 모르는 것은 한겨레가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이미진 주주통신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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