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제일교회 앞은 미술관길, 덕수궁길, 정동길이 만나 사거리가 된다. 미술관길은 배재학당 동관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덕수궁길은 덕수궁 입구에서 시작해 이 사거리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미국대사관저 앞을 지나서 새문안길에 이르는 길이다. 정동길은 이곳에서 이화여고 동문(東門) 앞을 지나서 지금의 경향신문사 사옥 앞을 경유해 새문안길에 이르는 길이다.

▲ 한적한 정동길의 모습.

심슨기념관
이화학당의 유적을 보려면 배재공원에서 미술관길을 따라 내려와서 정동제일교회 앞에서 왼쪽으로 돌아 정동길로 들어서 걷다가 이화여고 동문 안으로 들어서야 한다. 이화여고 동문으로 들어서면 교정 왼쪽에 붉은 벽돌로 지은 예스러운 건물이 보인다. 이화학당의 건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심슨기념관이다. 1915년에 준공된 이 건물 이름에는 건축기금을 기부했던 심슨(Sarah J. Simpson)의 이름을 붙였다.

아펜젤러와 함께 1885년 조선에 입국했던 미국 북감리회 소속 여자선교사 메어리 스크랜턴(Mary F. B. Scranton, 1832-1909)은 1886년 5월 31일 이화학당을 세웠다. 1887년 명성황후는 근대여성교육을 시행하는 스크랜턴의 노고를 가상히 여겨 이화학당(梨花學堂)이라는 교명을 내리고 외무독판 김윤식을 통해 편액을 보냈다.

이화학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여자학교였다. 첫 이화학당 교사는 ㄷ자 모양의 한옥교사였으나 학생 수가 불어나자 1896년 헐렸다. 1897년 본관이 착공돼 1899년 12월에 완공됐다. 그러나 이 건물은 한국전쟁 때 파괴됐다. 본관 다음으로 지은 건물이 1914년 착공해 1915년 3월에 준공한 심슨기념관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로 좌우 비대칭건물이다. 이 건물은 2002년 2월 ‘정동 이화여고 심슨기념관’이란 명칭과 함께 등록문화재 제3호로 지정돼 현재 이화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러 전시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유관순 교실’이다. 유관순 열사가 공부했던 교실을 재현한 교실 속 나무로 된 바닥과 책상, 걸상이 애틋하다.

▲ 이화학당의 심슨기념관.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화학당 시절의 건물이다.

손탁호텔 터
심슨기념관을 나오면 길 건너편에 백주년기념관이 있고 왼쪽에 주차장 출입구가 있는데, 그 왼쪽 길가에 작은 표지석이 있다. ‘손탁호텔 터. 한 말에 러시아에서 온 손탁(A. Sontag, 1854-1925)이 호텔을 건립. 내외국인의 사교장으로 쓰던 곳’이라고 쓰여 있다. 그렇다. 손탁호텔은 1902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커피숍이 입점하기도 했다. 손탁(한국명 孫鐸)은 독일 국적의 여성으로 러시아에 살다가 한국 땅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녀는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공사의 처형(妻兄)으로 고종을 도왔고, 그녀의 도움을 감사히 여긴 고종은 그곳 땅을 하사해 호텔을 지었다. 그러나 손탁은 한일합방 후 일제의 간섭이 심해지자 한국을 떠났다.

손탁호텔 자리에는 이화학당의 세 번째 건물인 프라이홀이 있었다. 프라이홀은 1923년 9월에 준공됐는데 총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교실 10개, 선생님들의 숙소, 수도, 전기, 스팀 시설을 갖춘 최신식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아깝게도 1975년 화재로 소실됐다.

손탁호텔 터 표지석에서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에 이화여고 본관 건물이 보이고 여기를 지나면 곧 유관순 열사가 빨래했던 ‘유관순 우물터’가 나온다. 열사는 이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면서도 기도문을 무수히 외웠을 것이다. 그 절절한 기도문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열사는 나이를 초월하고 시대를 뛰어넘어 순수한 열정에 불굴의 의지가 담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여, 이제 시간이 임박하였습니다. 원수를 물리쳐주시고
이 땅에 자유와 독립을 주소서.
내일 거사할 각 대표에게 더욱 용기와 힘을 주시고
이로 말미암아 이 민족의 행복한 땅이 되게 하소서.
이 소녀에게 용기와 힘을 주옵소서.’

▲ 이화여고 교정 안에 있는 손탁호텔 터 표지석.
▲ 이화여고 교정에 있는 유관순 열사가 빨래하던 우물.

편집: 정지은 편집담당

글 허창무 주주통신원/ 사진 이동구 에디터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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